영화로 만나는 동아시아
한반도 분단체제의 아픔과 특수한 상황, 일본 군국주의에 대한 비판과 경계, 19세기 서구 제국주의와 격동의 중국, 중국과 대만의 특수한 정치적 지형 등을 다루며 동아시아의 어제와 오늘을 영화 속 이야기와 함께 풀어나간다. 영화 `밀정`, `인천상륙작전`, `귀향` 등 비교적 최근 작품들에서부터 영화 `비정성시`, `패왕별희`, `붉은 수수밭` 등 고전 반열에 오른 작품까지 주제에 맞는 여러 영화들을 고르게 다루고 있어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고지전`, `포화속으로`, `인천상륙작전` 등의 영화에서는 한반도 분단의 아픔을, `설국열차`, `완득이` 등으로 각각 새로운 세상과 다문화 가정의 삶을 그린다.
책은 또 20세기 중반 이후 도래한 냉전체제와 신자유주의가 부의 양극화 또는 민족·종교를 둘러싼 지역 분쟁과 전쟁으로 수많은 난민을 양산했고 전 지구적 차원의 대대적인 이주를 진행한 과정을 짚어준다. 전 세계적 차원의 다문화 사회가 빚어낸 부작용들을 지금 우리는 세계 곳곳에서 마주하고 있는데, 현재 동아시아는 패권주의와 다문화 가정의 두 가지 풍경을 보여주고 있음을 저자는 지적한다.
북한 이탈주민, 조선족, 이주노동자, 결혼이주여성 등은 우리 사회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이웃들이다. 그러나 배타적인 시선과 차별, 착취의 현실은 크게 변하지 않았음을 저자는 재조명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당하는 폭언과 폭력, 결혼이주여성들이 느끼는 문화의 차이와 언어 소통의 어려움 등 사회적 편견과 사회 곳곳에 도사린 극심한 차별은 21세기 세계화 시대, 다문화 사회가 풀어야 하는 중요한 문제로 대두됐음을 환기시킨다.
이 책의 3부와 4부는 다문화 사회와 그 주인공들에 집중하고 단일한 정체성에 매몰되지 않고 다문화 사회를 열어가는 재일한인을 보여준다. 이로 국가와 민족의 경계를 넘어 함께 살아가는 미래 사회를 제시하고 세계 시민으로서 정체성을 정립하게 한다. 강은선 기자
백태현 지음/ 산지니/ 270쪽/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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