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소앙 평전

독립운동사 및 친일반민족사 연구가로서 수많은 역사적 인물을 재조명한 김삼웅. 그가 이번엔 조소앙 삶과 업적을 이야기한다. 조소앙의 생을 좇으며, 그가 남긴 작은 흔적까지 놓치지 않고 살핌은 물론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을 평론을 덧붙이고 있다.

조소앙은 평생을 독립운동과 삼균주의 사상 구현에 힘 쏟고, 해방 후에는 통일정부 수립을 위해, 납북돼서는 중립화 통일론을 추구하며 치열하게 살았다. 특히나 정치·경제·교육의 균등을 통해 개인·민족·국가 간의 균등을 이루자는 그의 삼균주의는 근 1세기 전에 태어났지만 오히려 오늘날 더욱 생각해봐야 할 정치이념이 됐다. 현대 한국 사회의 양극화와 불균형을 타파할 길이 `삼균` 사상에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매우 특출한 인물이다. 민족사에 불멸의 문건으로 남을 몇 건의 `선언문`을 작성하고, 생애를 바쳐 삼균주의 사상을 연구하고 그 결과 대한민국의 초석을 마련했다. 삼균주의란 개인 간, 민족 간, 국가 간의 균등을 말하고, 정치적 균등, 경제적 균등, 교육적 균등의 실현으로 `삼균`을 이뤄 세계일가의 이상사회를 건설한다는 평등주의 사상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뿐만 아니라 좌우 독립운동 진영의 이념적 기틀이 됐다.

이런 엄청난 사상이 어느 날 문득 생각난 것은 분명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삼균주의는 어떤 동력으로 태어났을까? 조소앙은 어릴 적부터 전통적인 한문교육을 수학했으며 황실유학생으로 뽑혀 근대 서구식 교육을 받았다. 그래서 그는 동서양은 물론 고전과 현대의 모든 학문을 섭렵할 수 있었다.

게다가 유교·기독교·대종교를 경험하고, 불교·이슬람교와 소크라테스 철학을 간접으로 경험했다.

또한 사회민주주의 이념을 유럽 현장에서 체험하기도 한다. 그리고 단군·공자·예수·석가모니·마호메트·소크라테스, 여섯 성자를 아우르는 육성교를 제창하기도 한, 별난 경력과 이력을 갖고 있었다. 삼균주의 이념은 바로 이와 같은 체험과 간접경험에서 우러나온 경륜의 집대성이라고 할 것이다.

조소앙의 사상체계는 민족주의의 터전 위에 세워진 구조물이지만, 안으로는 봉건적·신민적 굴종의식을 청산하고 밖으로는 제국주의 침략주의를 분쇄하면서 자주독립국가를 건설하여 3균에 기본하는 고루 잘사는 민주공화국가를 세우는 국제주의였다.

그는 즉 중국의 노장사상과 영국노동당의 정책뿐만 아니라 고드원·푸르동 등 아나키즘까지 수용하는 거대한 이념의 용광로와 같았다. 그 용광로에서 단련되고 정제된 것이 삼균주의 사상이고 실천논리가, 좌우합작·남북협상·통일정부 수립·중립화 통일론이었다. 이런 의미에서 조소앙은 우리의 `지나간 미래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호창 기자

김삼웅 지음/ 채륜/ 366쪽/ 1만 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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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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