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신장캠페인] ④ 사교육 경감학교

사교육비 절감은 국가교육 정책의 화두다. 그러나 학원가의 불빛은 늦은 밤에도 대낮 같이 환하기만 하다. 사교육 시장은 교육정책의 변화에 따라 필요 이상의 수요를 자극하며 몸집을 불려 왔다. 우리나라 사교육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교육 열풍에 따라 공교육의 역할에 시민들이 의구심을 보이는 상황에서 대전시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사교육절감형학교`는 학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데 사시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시교육청은 사교육 절감을 위해 중학교 10곳, 고등학교 10곳을 선정해 사업비를 지원하는 `사교육절감형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사교육 수요가 높은 영역에 대해 교과 수준별 맞춤형 프로그램, 자기 주도적 학습 프로그램, 통합 논술 및 면접 프로그램 등을 학교에서 운영해 사교육비를 경감하고자 하는 사업을 말한다. 사교육절감형학교로 선정된 충남여자고등학교(교장 김광분)는 주제별 심화 학습, 수준별·과목별 선택형 방과후학교 강좌, 진로 플래너의 활용 지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사교육비를 줄여 나가고 있다.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 충남여고의 사례를 알아봤다.

◇진로와 적성에 따른 `테마별 심화학습` = 충남여고는 학생과 교사가 만들어 가는 주제별 심화학습으로 사교육비를 줄여가고 있다. 진로와 적성을 고려한 `주제별 심화학습`을 소규모 집단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입시에서 학생부 전형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최근의 흐름을 고려할 때, 학생 활동 중심에 의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에 따라 학생별 진로에 따른 전공 적합성, 학업 역량, 그리고 학교생활 충실도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구안된 프로그램이 `주제별 심화학습`이다. 진로 분야가 같은 학생들이 탐구 주제를 정하고 지도교사와 함께 학습 계획을 수립한다. 그리고 실제 수업에서는 자료 조사, 분석, 발표의 과정이 학생 중심으로 이뤄지고 교사는 전 과정을 관찰하고 평가해 그 결과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한다. 학습의 주제는 `고전문학을 통해 배우는 선인(先人)들의 지혜`, `어휘 확장과 글 구성 이해를 통한 독해 전략 습득`, `인류 역사 속 화학의 발자취 탐구` 등 학생들이 선정했다. 교사는 탐구 주제의 적절성 여부와 연구 방향에 대한 조언만 해주는 역할을 하고, 모든 과정은 학생이 중심이 돼 전개한다.

충남여고 2학년 한 학생은 "교과서를 가지고 진도에 맞춰 나가는 수업보다 내가 학습 계획을 세우고 과제를 해결하는 심화 수업이 훨씬 재미있다. 이런 것은 학원에 가서 할 수 없는 것이고, 내가 전공하고 싶은 영역을 진로 분야가 같은 친구들과 어울려서 하는 것이라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는 학생의 적성을 고려한 수업을 통해 창의성을 계발하고 실력을 기르는 것으로, 교육의 본령에 충실함으로써 사교육비를 줄이는 학교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는 평이다.

◇학교생활을 학생 스스로 설계하고 관리하는 `진로 플래너` = 충남여고는 진로 플래너를 활용해 교과학습 뿐만 아니라 기초생활 지도에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학생들은 하루 중에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고 있기 때문에 학교생활을 얼마나 충실하게 보냈는가는 교과의 성적만큼이나 중요하다. 즉 학교생활을 계획하고 성실하게 실천하는 자기 관리 능력은 학생이 갖춰야 할 중요한 자질 중 하나이다. 그래서 자기 주도적으로 학교생활에 참여하고 그 과정을 분석하고 반성하는 태도가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 중요시되고 있다. 또 자기 관리 능력과 학교생활 충실도를 높여 주기 위해 `진로 플래너`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학생 개인별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배부된 진로 플래너는 3년 동안 고등학교의 학교생활이 담긴 개인 역사서라고 할 수 있다. 교과 수업, 창의적 체험활동, 각종 교내 대회 등 학교생활 전반에 걸쳐 계획하고 실천한 결과를 정리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특히 교과별 활동 상황을 기록할 수 있는 `교과 학습 기록장`에는 본인이 능동적으로 참여한 수업 내용과 배우고 느낀 점 등을 기록한다. 이를 통해 교과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수업과 평가가 연계된 학생 중심 활동 수업을 추진하고 있다.

1학년 한 학생은 "고등학교 입학한 뒤에 학교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했는데, 진로 플래너의 활용법을 듣고 나서 나름대로의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로 플래너의 활용을 통한 학교생활 지도가 단순한 진로 진학 지도의 차원을 넘어서 삶을 설계하고 실천하는 태도를 형성시켜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진로진학 컨설팅 분야의 사교육 시장이 점차 늘어나는 현 시점에서, 학생들의 기초 생활지도와 함께 진로 진학 지도에 큰 역할을 하는 진로 플래너는 학교의 위상을 튼실하게 자리 잡게 하는 버팀목이 될 것이다.

◇학생이 선택하는 수준별·과목별 방과후학교 강좌 개설 = 충남여고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대학수학능력시험 과목인 국어, 수학, 영어, 탐구 과목을 중심으로 운영한다. 학생 희망에 따라 수강 과목과 학습 주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개설하고 있으며, 수학과 영어의 경우 학생 수준에 따라 반을 편성해 참여율과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여름방학도 학생의 희망을 반영해 탐구 과목과, 수준별 영어·수학의 수업을 계획하고 있다. `생활 속 화학 원리 실험`, `수학적 원리의 확산적 적용`, `사회문제 분석과 거시적 접근 이해` 등 교과별 세부 학습 내용에 따라 방과후학교 강좌를 개설하고 인터넷을 통해 학생의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학급의 편성도 계열, 희망 과목 그리고 학습 수준에 따라 학생이 신청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정규 학급과 다르게 진로 희망이 비슷한 학생별로 편성된다. 그리고 개설한 교과목 중 1인당 부담이 높은 과목의 경우 사교육절감형학교 운영비를 지원, 학습비 부담을 줄였다. 또한 교과별 심화학습을 위한 강좌뿐만 아니라 기초 학습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과목을 개설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와 같은 수준별·과목별 방과후학교는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대학수학능력시험 과목의 수요를 학교가 수용함으로써 사교육비 절감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융합인재 육성을 위한 C·P·K 교육과정 운영 = 충남여고는 창의성, 바른 품성, 지성을 갖춘 융합인재를 기르기 위해 C·P·K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Creativity(창조성), Personality(인성), Knowledge(지식)의 첫 글자를 의미하는 C·P·K 교육과정은 미래사회에 적합한 인재를 기르기 위해 구안한 것이다. `미래사회를 주도할 창의적 인재 양성`을 목표로 진로와 연계된 동아리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창의적 체험활동을 운영하고 있으며, 체험 중심의 과학교육, 독서의 생활화를 위한 모둠독서 등 창의성을 신장시키기 위한 교육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나누고 배려하는 바른 품성의 인재 양성`을 위해 학생회 자치활동, 진로 체험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반과 번호가 같은 3개 학년 학생을 연계하는 `세자매 한마음 결연`을 통해 서로의 고충과 고민을 공감하고 나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인성 교육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청운 텃밭 가꾸기`는 도심 속에서 자라는 학생들에게 녹색교실의 체험으로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텃밭을 가꾸는 과정에서 학생들 사이에 상호 공감대가 형성돼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수확한 작물을 어려운 이웃들과 나눔으로써 봉사 정신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또한 `핵심역량을 갖춘 인재 양성`을 위해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의 향상과 학생중심 수업을 위한 교원의 전문성 신장에 노력하고 있다. 특히 대전시교육청 지정 `Math Helping Plan 운영학교`에 선정돼 수학학습 성찰보고서, 교사별 수학클리닉, 수학 체험동아리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수학 학습의 어려움을 해소해 주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충남여고의 C·P·K 교육과정은 공교육의 위상을 제고하고 사교육비를 줄이는 좋은 사례로 평가된다. 이호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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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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