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센터쿠 '기운의 조율'展

구본창, Untitled 2, Gelatin silver print, Image 98 x 78 cm Frame 129 x 109 cm, 1998
구본창, Untitled 2, Gelatin silver print, Image 98 x 78 cm Frame 129 x 109 cm, 1998
칸딘스키의 작품을 보는 듯한 추상표현주의, 여백, 공간, 교감의 순간 포착….

한국 현대회화(繪畵)의 백미를 볼 수 있는 전시회가 대전에서 열린다.

대전 유성구 도룡동 아트센터쿠는 현대 화단을 대표하는 5인의 작가들이 참여한 `기운의 조율`전을 다음 달 5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에는 미국과 한국, 독일에서 활동 중인 한국 대표 서양화가 곽훈, 사진작가 구본창, 서양화가 김태호, 한국화가 김호득, 대전에서 활동 중인 정철 작가 등 각기 다른 장르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작가당 8-10점씩 모두 50여 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의 주제인 `기운의 조율`은 작가들이 캔버스 등 작품을 담은 화면을 대하는 기운, 다시 말해 감성적인 관계나 피로, 허무, 반복적 소통의 홍수 등 때로 혹은 빈번히 갖게 되는 기운을 조율해 작가만의 방식으로 작품화하는 의미를 뜻한다. 또 다른 기운은 에너지다. 에너지를 드러내는 이들의 작품은 보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움에 대한 경외심을 준다.

아트센터쿠 관계자는 "작가가 화면을 대하는 기운을 적절하게 조율하는, 작가 나름대로의 조율하는 방식과 방법이 작가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데, 그런 생각 혹은 감정들을 나름대로 풀어낸 전시회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화와 서양화, 사진작가 등이 모두 `회화`라는 큰 테마의 전시에 참여하면서 이번 전시는 현대회화의 다양성을 접할 수 있는 색다른 기회가 된다.

참여하는 작가들은 서로 다른 듯하지만 모두 인간의 근원적인 존재와 생명에 관한 표현을 확장해 나가는 동질성을 추구한다. 인간본능에 입각한, 과감하면서도 직접적이며 자유로운 화풍을 내보이고 있다. 한국화를 기반으로 무한한 확장을 보여주는 작품들은 채울수록 공허해지고 비울수록 꽉 차 오르는 느낌을 준다. 이들은 형태의 왜곡에 그치지 않고 형태가 완전히 해체될 뿐만 아니라 마음속에는 순수한 인간의 내면세계를 그려나가고 있다.

초대작가는 한국 현대미술은 물론 아시아 미술의 대표성과 다원성을 바탕으로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는 실험적 태도를 실천하는 작가들을 중심으로 선정했다. 실험정신은 예술의 시대적 사명과 문제 해결의 단초를 제시한다. 그러면서 역사, 문화, 총체적 경험의 구축적 굴레에서 벗어나 미지의 통 감각을 연금하는 비정주적 사고를 실천하는 탈 경계의 현재 진행형이다.

구본창 작가는 작은 사이즈의 인화지를 암실에서 재봉해 대형 인화지로 만든 작품을 선보인다. 사진작가인 그는 한 장이 아닌 겹겹이 쌓인 인화지는 삶의 무게를 연상시키고자 했고 불규칙하게 마무리 된 테두리는 확장의 가능성을 여는 것을 표현했다. 김호득 작가는 물기가 거의 없는 붓에 먹을 조금만 묻혀 사용하는 방식인 `필묵화`로 물과 붓의 경계에서 드러나는 리얼리티와 정신세계를 내보인다.

정철 작가는 붓에 철가루를 묻혀서 표현했다.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철가루가 녹이 슬고 색이 변하는 성질을 이용, 시간의 흐름을 표현했다.

아트센터쿠 관계자는 "기운의 조율은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작품을 떠올리면 연상되는 매우 적합한 제목"이라며 "초대작가들은 각기 장르 자체에서 혹은 탈 장르간의 경계나 그 밖에서 예술의 모든 관점과 해석에 새로움으로서의 전복을 지향하고 있다. 작가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조율로 소통하고자 하는 태도 자체는 어쩌면 예술의 인격이며 궁극적 목적이 되는 동시에 예술로 시대를 치유하는 새로운 감각의 언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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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믿고싶은 땅117x91cm모델링 컴파운드 위에 아연파우더2017년
정철,믿고싶은 땅117x91cm모델링 컴파운드 위에 아연파우더2017년

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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