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를 전수조사에서 일부 학생만 대상으로 하는 표집(標集) 방식으로 바꾸기로 하면서 학생들에 대한 기초학력 수준 평가의 잣대가 사라졌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일제고사는 학교간, 학생간 불필요한 경쟁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던 게 사실이지만 교육계 안팎에서는 일제고사의 순기능을 살린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제고사는 폐지가 발표되면서 교육계의 환영입장이 나오는 등 큰 주목을 받고 있다.

20일 지역 교육계 등에 따르면 그동안 일제고사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얼마나 잘 이해했는지 분석하고자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시행해왔다. 전수조사 방식으로 진행하다가 1998년 이후 5% 이하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 표집평가로 바꿨지만,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부터 다시 전수평가로 회귀했다. 일제고사로 인해 학교, 학생간 서열이 나뉘어 경쟁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각 교육감들도 폐지를 주장해왔다.

특히 일제고사는 각 교육청의 순위를 매기는 통계로 활용되면서 일선 교육청들은 일제고사의 성적에 따라 웃고, 울기도 했다.

문제는 일제고사가 표집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력 진단의 기준이 없어졌다는 점이다. 이에 대전시교육청은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ESSP(Every Student Success Program) 프로그램을 도입키로 했다. 학교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한 ESSP는 학생들의 자아 존중감을 회복하고, 자기주도 학습 능력 신장을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시교육청 관계자는 설명했다. 일제고사의 순기능을 살린 대책으로 분석된다. ESSP 프로그램은 뇌기반 학습 연수, 다문화학생 지도 전략, 아동기의 특성에 대한 이해, 학습부진아를 위한 자기조절 학습전략 등 학교 여건에 맞게 다채롭게 운영될 예정이다.

타 시·도 교육청 역시 이러한 학력 진단 프로그램을 잇따라 도입할 것으로 교육계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기초학력 보장은 공교육의 기본 책무"라면서 "ESSP를 통해 학생 개개인의 기초학력을 보장하고 학습부진 요인분석을 통한 학교별 맞춤형 지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실시된 `2017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서 표집 시행학교는 16개교(중 8, 고 8)이며, 시험에 응시하고 채점을 의뢰한 학교는 37개교(중 29, 고 8)로 파악됐다. 반면 자체 시험을 시행한 학교는 32개(중 28, 고 4)로 조사됐다.

이호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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