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과 고기요리로 식탁의 정점을 찍었다면 이제 한 계단씩 내려올 차례다. 마무리의 첫 번째 코스는 바로 `살라드(salade)`, 흔히 샐러드라 말하는 채소요리다. 다른 나라에서는 보통 샐러드를 메인 요리 전에 에피타이저로 먹지만 프랑스에선 주 요리 후 입가심으로 샐러드를 먹는다. 샐러드라 해 단순히 채소와 드레싱을 합쳐 먹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싱싱한 채소를 주로 이용하지만 곡물도 쓴다. 요즘 같이 더운 날엔 `살라드 드 리`(Salad de riz)라 해 찬 쌀밥과 콩, 토마토 등을 섞어 먹는다.

`치즈가 없는 식사는 한 눈이 없는 미인과 같다.` 빵이나 다른 음식에 치즈를 얹어먹는 방식은 미국에서 들여온 방식, 치즈를 이렇게 먹는 모습을 프랑스인들이 본다면 기겁한다고 한다. 프랑스에선 식후에 살라드 코스 이후 치즈가 단독으로 등장한다. 바로 `프로마쥬`(formage). 곰팡이를 의미하는 라틴어 `formaticus`가 어원인 프로마쥬는 불어로 치즈를 뜻한다. 365일 동안 매일매일 한 종류씩 치즈를 먹는다 해도 1년 안에 프랑스의 치즈를 모두 맛볼 순 없다. 축복받은 지형으로 엄청난 목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프랑스가 보유하고 있는 치즈 종류만 해도 400개가 넘는다. 로마가 프랑스(당시 갈리아)를 지배했을 때부터 프랑스의 치즈는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로마 귀족들의 사랑을 받던 프랑스 치즈는 로마의 지배를 벗어난 후엔 수도원을 중심으로 발전해 전국으로 퍼졌다. 흔히 알려져 있는 까망베르, 브리치즈 등 모두 프랑스산 치즈다.

프랑스식 오르되브르(전채요리), 푸아송(생선요리), 비앙드(육류)가 이젠 세계에선 큰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과는 달리 여전히 프랑스가 선두를 달리고 있는 코스가 있다. 그건 바로 `데세르(dessert)` 영어로 말하면 바로 디저트다. 프랑스인들은 이 디저트를 먹기 위해 그 앞의 긴 코스를 지나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프랑스인의 디저트 사랑은 대단하다. 현재 우리가 즐기고 있는 디저트 혹은 케이크 메뉴 중 이탈리아의 티라미수, 스페인의 추러스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프랑스의 그것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카롱, 에끌레어, 크레페, 밀푀유 모두 프랑스를 대표하는 디저트. 프랑스어 `데세르`는 `식탁을 치우다`를 의미하는 `desservir`에서 따왔다. 식탁을 치우는 의식인 데세르 타임 이후 커피, 그리고 디제스티프(코냑타임)으로 프랑스 정찬 식사는 막을 내린다.

빠른 식사를 선호하는 세계의 경향에 맞춰 프랑스의 식사 또한 많이 간소화됐다. 하지만 여전히 각 가정 저녁 식사엔 `오르되브르-메인요리-치즈-디저트`의 순서를 지키며, 이웃을 집으로 초대해 자신들의 요리를 대접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프랑스 국립학교 급식에서도 학생들에게 이 네 가지 코스를 먹게 한다. 단순한 급식 제공이 아닌, 이야기를 하며 식사를 즐기는 법, 식사예절 등을 교육한다고 한다. 1분 1초를 다투고 있는 지구촌, 프랑스의 식사시간만큼은 예외라 하고 싶다. 영화 제목 `파리 캔 웨잇 (Paris can wait)` 직역하자면 `파리는 기다릴 수 있다`이다. 맞는 말씀. `잘 먹는 기쁨`을 위해서라면 파리는 `여전히` 그리고 `언제까지라도` 기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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