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을 내 걸고 당선된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수준이 매우 높다.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기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농업계에서는 지난 정권들의 농업에 대한 무관심과 무대책, 농업인들과의 소통 부족, 현장 농업인의 욕구와 동떨어진 농정이 더 이상 지속되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다. 새 정부 농식품부 장관에게 새로운 농정 패러다임을 기대한다.

첫째, 통치철학과 부합되는 농정철학과 농업의 미션·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농정 추진목표와 전략을 단기·중기·장기로 구분하여 추진해야 한다. 장관 후보자가 국회의원 시절에 어떤 농정비전과 중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농정 관련 의정활동을 했는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농업철학이 무엇인지, 농업·농촌 위기의 원인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농정혁신의 방향과 전략이 무엇인지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장관 후보자는 농업인에게 이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6년간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활동에서 보여 준 농업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농업계에 희망을 주기 바란다. 현재 문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만큼의 지지율을 얻기를 기대한다.

둘째, 농정공약을 보완하여 농업·농촌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대통령선거 기간 중에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한국농식품정책학회에서 각 당의 농정공약에 대해 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다. 토론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각 당의 농정공약을 상호 보완하면 가장 훌륭한 공약이 될 것이라고 했다. 비록 타 정당이라 해도 좋은 정책이라면 받아들이는 것이 농업·농촌의 발전과 지속성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농업개혁위원회에서 개혁성, 구체성, 실현가능성 등 세 가지 기준으로 5개 정당후보의 농정공약을 평가한 결과, 문대통령의 농정공약이 종합 3위를 차지했다. 공약의 실현가능성은 가장 높았지만 개혁성과 구체성은 다른 후보에게 뒤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문대통령이 지금 혁신에 매진하고 있는 만큼, 장관 후보자도 타 정당의 개혁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을 받아들여 농정을 혁신해야 한다.

셋째, 농업인단체와 대화-소통-협력하는 참여와 협치 농정을 기대한다.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회의는 이제 그칠 때도 됐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여 농정을 수립 추진하는 자세여야 한다. 농업인들과 밤새워 토론하여 설득할 것은 설득하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여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장관을 지지하고 농식품부에 우호적인 단체로만 국한시키지 말고, 모든 농업인단체를 포용해야 진정한 협치 농정을 구현할 수 있다. 농업인의 입장에서 농업문제를 생각하고, 정책에 대한 농업인의 비판을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소통이 되고 협력을 끌어낼 수 있다.

넷째, 신자유주의적 시장원리 일변도가 아닌 대안시장을 개발해야 한다. 쌀 가격폭락, 농산물가격의 불안정, 조류독감(AI)이나 구제역 같은 가축질병 등은 농가경제의 안정을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그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식이 필요하다. 가격문제 해결을 위해 생산-가공-유통을 연계한 계약재배 등 대안시장을 개발해야 한다. 가축질병은 동물복지 차원으로 사육방식을 바꾸되 판로 등 유통대책을 결합한 정책이 필요하다. 위생적인 환경에서 사육되는 가축은 건강하여 질병에 대한 면역력도 강하다. 농업문제는 시장원리가 아닌 상생과 협동의 원리로 푸는 것이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상생과 협동의 원리가 관철되는 시장이 대안시장이며, 경쟁적인 시장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끝으로, 농업인이 지자체와 함께 정책 사업을 주도하고, 농식품부는 이를 지원하는 삼위일체의 농정을 기대한다. 농식품부가 농업인이나 지자체를 지도 관리하는 과거의 틀을 이제 바꿔야 한다. 지역농업 문제에 대한 이해와 대안은 농업인 자신과 지자체가 가장 잘 안다. 농업인과 지자체에 대해 안 된다는 얘기보다,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자세로 바뀌었으면 한다.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기반으로 하는 농정을 기대한다. 김호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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