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부터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탈권위 행보가 연일 화제다. 미리 준비해온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참석자들은 이를 받아쓰는 그런 회의 풍경은 아예 사라졌다. 테이크아웃 커피를 든 채 참모들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며 담소를 나누고, 구내식당에서 3000원짜리 식사를 직원들과 함께하는 대통령이다.
낮은 자세로 소통을 시도하는 노력도 신선하다. 당선 이후 곧바로 야당 지도부를 방문한데 이어, 청문회 및 추경 정국을 맞아 또 다시 국회를 방문했을 때도 국회의장은 물론 여야 원내대표들과 직접 회동을 했다. 일자리 추경이 시급하다고 판단되자 이례적인 시정연설에 나섰고, 슬라이드 자료까지 동원해 30여 분 동안 직접 일자리 추경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기도 했다.
지난 정권의 권위적 행태와 대비되는 이러한 행보는 국민의 마음을 얻기에 충분했다. 쾌조의 스타트 덕에 대통령의 인기가 아이돌 스타 못지않다. 청와대 춘추관 앞 커피숍의 풍경도 바꿔놓았다. 청와대 관계자나 언론인들만이 주로 찾았으나, 새 정부 출범 후 문 대통령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느끼고자 산책 나온 고객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커피숍 종업원은 귀띔했다. 언론인들이 상주하는 춘추관 풍경도 변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주요 참모진들이 수시로 찾아온다. 북핵과 사드, 내각 인사 등 대형 이슈가 생기면 해당 수석들이 공식 브리핑 또는 비공식 간담회 등을 통해 국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해주는데 적극적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춘추관에 오자 "깜짝 방문, 왜?"라는 식으로 보도됐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 그 자체다.
다만 한 가지 달라지지 않은 게 있다. 야당과의 갈등구도는 여전하다는 점이다. 물론 어찌 청와대만의 책임이랴. 야권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내각 및 청와대 보좌진 인선 대다수에 대해 비판하며, 11조 원 규모의 추경안에 대해서도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국민 대다수를 제대로 납득시키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되레 중구난방식 비판만을 거듭하는 모양새로 비쳐지면서 새 정부 발목잡기라는 비판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협치의 틀이 깨진다면 최종적인 책임은 정부와 여당이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이로 인한 폐해를 국민들이 감내해야 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국가경영을 책임져야 하는 청와대에서는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 보다 파국만은 막아야 하는 게 1차적 과제임이 분명하다.
현재 청와대와 야당 간 갈등 사태는 폭풍전야에 휩싸인 듯한 분위기이다. 청와대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 이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임명을 강행하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국회에 강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 채택을 다시 요청했고, 대통령은 `국민의 뜻`을 명분으로 강행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에 한국당은 물론 다른 야당들까지도 강경 대응태세에 돌입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적인 권한을 행사하는데 있어 협박에 굴복할 수 없다는 입장인데, 협치 전망이 더욱 어두워지는 형국이다.
할 일은 많은데, 초대 내각 구성부터 제대로 풀리지 않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국회와의 협치 노력을 포기해선 안 된다. 확 달라진 청와대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을 최우선 시한다면 또 다른 해법이나 협치 방식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송충원 서울지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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