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겨울, 천안서북경찰서 두정지구대 소속 윤요진 경위가 무료급식봉사 중 노숙인들에게 나눠 줄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 = 윤요진 경위 제공
지난해 겨울, 천안서북경찰서 두정지구대 소속 윤요진 경위가 무료급식봉사 중 노숙인들에게 나눠 줄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 = 윤요진 경위 제공
"보듬어주고 배려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천안서북경찰서 두정지구대에 근무하는 윤요진(57·사진)경위는 매주 수요일 오전 7시 마다 성정동 공터로 출근한다. 천안역 인근 노숙자, 독거노인, 장애인 등에게 무료급식을 나눠주기 위해서다. 2012년 2월부터 시작한 무료급식은 어느 새 5년이란 시간이 흘러 일종의 `봉사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윤 경위는 "어제(14일)도 아침 일찍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수요일은 성정동에 나가 무료급식 봉사를 마친 뒤 지구대로 출근하고 있다"면서 "공직자로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당연한 일을 하는 것인데 이런 일이 알려지는 게 쑥쓰럽다"고 미소를 띄었다.

윤 경위의 봉사는 11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2006년 가을, 성정지구대 근무 당시 천안역 주변이 낙후되면서 사회적 약자들이 많이 나타났고, 절도, 음주소란 등 서민형 범죄가 잦아졌다. 이에 윤 경위는 범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동료 경찰관들과 천안역 인근 취약계층을 위한 봉사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직접 집을 찾아 라면 등 구호물품을 전달하기도 하고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위해선 도배, 집수리 등을 도맡았다. 윤 경위의 봉사활동이 주위에 알려지면서 봉사단체, 성정동 주민 등이 돕겠다고 나섰고, 현재의 무료급식봉사로 확대됐다. 무료급식 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봉사를 자원하면서 이·미용, 의류 기증, 심리치료 등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한 사람의 따듯한 시선이 사람들의 움직임을 이끈 셈이다.

윤 경위는 "봉사활동을 시작한 이후 천안역 주변 서민형 범죄가 확실히 줄어든 게 사실"이라며 "무조건적인 단속으로 그들을 다그칠 게 아니라 그들의 아픔을 보듬고 아껴준다면 스스로 교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경위는 앞으로 몸이 닿는 데까지 봉사활동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퇴직 후에는 일에 쏟았던 시간을 봉사에 투자하면서 따듯한 삶을 살아가고 싶다는 게 그의 소망이다.

윤 경위는 "사회적 약자들은 우리가 거리감을 두면 더욱 멀어지게 된다. 각박해지는 사회 속에서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나눈다면 행복한 사회가 구현될 것"이라며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후에도 계속 어려운 이들을 위해 살고 싶다"고 말했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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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서북경찰서 두정지구대 소속 윤요진 경위가 11년째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어 주위를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사진 = 김대욱 기자
천안서북경찰서 두정지구대 소속 윤요진 경위가 11년째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어 주위를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사진 =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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