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달빛 삼다

`자등명법등명(自燈明法燈明)`이란 말이 있다. 석가모니가 제자들에게 남긴 마지막 가르침을 이르는 말로,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기를 의지하라. 또한 진리를 등불로 삼고 진리를 의지하라. 이밖에 다른 것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원래는 `등(燈)`이 아니라 `섬(島)`이었다고 한다. `자신을 섬으로 삼고 자기를 의지하라`라고 했는데 한역하면서 `섬`을 `등불`로 바꾼 것이다.

`스스로를 달빛 삼다`는 산사에서 돌아와 다시 도심 생활을 시작한 원철 스님의 산문집이다. 이 책은 도시와 산속을 오가는 수행자로서의 일상과 경전 및 선어록에 대한 탐구, 그리고 자연의 이치와 공간에 대한 깊은 사색이 담겨 있다. 깨어 있는 마음, 조화로운 삶, 삶의 이면을 바라보는 스님의 시선과 담박한 무심(無心)의 언어는 진정한 삶의 가치와 자기 성찰, 그리고 반짝이는 깨우침을 함께 전하며 현대인의 꽉 막힌 가슴의 문을 조용히 두드린다.

한 곳에 머물지 않는 수행자 원철 스님은 자신의 평범한 일상과 자유로운 생각, 수행에 대한 의미와 경험담을 통해 스스로를 바로 세우고 돌아보게끔 안내한다. 강요나 따끔한 충고의 말은 없다. 유쾌하고 때론 거침없는 언어로 세대를 아우르며 마치 한지에 먹이 스며들 듯 자연스럽게 마음의 눈을 뜨게 할 뿐이다. 또 어렵고 난해하게 느껴졌던 불교 경전과 시공간을 뛰어넘는 선사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현대로 가져와 부처님의 근본 가르침을 흥미롭게 전하면서 주옥 같은 삶의 지혜를 발견하게끔 한다.

자기다움, 인연의 소중함, 독서의 즐거움, 공부의 이유, 관계의 조화, 진정한 수행, 중도(中道)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스님은 숨겨진 보석을 찾듯 이 세상을 둘러싼 자연과 우리의 삶이 고스란히 배인 집, 가장 이상적인 수행 공간인 절을 찾아 나서기도 한다. 해와 달, 산과 바람, 하늘과 땅 등 자연의 이치와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건축을 읽어내면서 자신을 돌보는 공간이자 치유의 공간에 대해서 되짚어본다. 해박한 지식과 문학성을 기반으로 한 스님의 사색은 일상 속에서 어떻게 세상과 소통할 것인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박영문 기자

원철 지음/ 휴(休)/ 296쪽/ 1만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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