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악녀
악녀
"보여줄게, 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김옥빈이 영화 `악녀`로 돌아왔다. 2009년 박찬욱 감독의 `박쥐` 이후 원톱으로 스크린에 오랜만에 돌아온 김옥빈은 작정한 듯, 열연을 펼치며 관객의 시선을 압도한다.

어린 시절부터 킬러로 길러진 숙희. 그녀는 국가 비밀조직에 스카우트되어 새로운 삶을 살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어느 날 의문의 인물이 나타난다. "10년만 일해주면 넌 자유야. 하지만 가짜처럼 보이는 순간, 그땐 우리가 널 제거한다"는 그의 말. 살기 위해 죽여야만 하는 킬러 숙희 앞에 진실을 숨긴 의문의 두 남자가 등장하고, 자신을 둘러싼 엄청난 비밀에 마주하게 되면서 운명에 맞서기 시작하는데….

김옥빈을 킬러로 만든 신하균은 영화에 무게감을 실어준다. 박쥐, 전쟁영화 `고지전`에 이어 세 번째로 김옥빈과 호흡을 맞추게 된 신하균은 숙희를 최정예 킬러로 길러낸 남자 `중상`으로 분했다.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남자 중상은 신하균 특유의 강인한 눈빛과 만나 스크린을 압도한다. 또 절제된 액션이지만 움직임 하나도 예사롭지 않은 절대 고수의 아우라를 풍기며 신하균만의 액션을 보여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긴다.

배우 성준은 숙희를 24시간 지켜보는 의문의 남자 `현수`로 등장한다. 악녀에서는 섬세해진 감정 연기를 선보이는 그는 진심을 숨긴 채 숙희의 곁을 맴도는 그의 묘한 눈빛은 때로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때로는 비밀을 감춘 핵심인물로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드라마 `굿와이프`, `아내의 유혹` 등에서 전무후무한 카리스마를 뿜어냈던 김서형은 숙희를 스카우트하는 국가 비밀 조직의 간부 `권숙` 역을 맡아 극의 든든한 중심 축을 이룬다. 숙희가 혼란에 빠질 때면 나타나는 그녀는 등장할 때마다 분위기를 압도하는 존재감을 선사하며 진정한 걸크러시를 선보인다.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조은지는 숙희를 처음 본 순간부터 견제하며 긴장감을 유발하는 국가 비밀 조직의 요원 `김선`으로 분했다. 숙희의 절대적인 실력을 향한 그녀의 열등감은 사건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고 간다.

`우린 액션배우다`, `내가 살인범이다`에 이르기까지 액션 장르에 일가견이 있는 정병길 감독은 이번에도 유례없는 액션 신들을 통해 관객들의 두 눈을 사로잡는다. 액션스쿨 출신인 정병길 감독은 늘 상상 이상의, 날 것 그대로 살아 숨쉬는 액션으로 그만의 고유한 영역을 만들어냈다.

박진감 넘치는 연출력은 마치 혼자서 수십 명의 적을 소탕하는 FPS슈팅게임의 한 장면처럼 연출한 오프닝 시퀀스부터 오토바이를 타고 도심 한복판을 질주하면서 칼을 휘둘러 상대를 제압하며 액션의 신기원을 보인다. 악녀의 액션은 엔딩에 다가갈수록 정점에 이른다. 자신의 삶을 완전히 짓밟아버린 일당을 소탕하기 위해 숙희는 칼 두 자루를 들고 나선다. 자동차를 타고 옆 건물 옥상에서 적들의 아지트로 뛰어들며 시작된 싸움은 버스로 옮겨져 도심을 달리면서 계속된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좁은 버스 안에서 숙희는 칼과 도끼를 이용해 군더더기 없이 적들의 숨통을 끊어나간다. 지금까지 오로지 죽이는 것만 배워온 최정예 킬러의 면모가 여실히 드러나는 장면이다. 숙희가 보여주는 액션은 레퍼런스가 없기 때문에 신선함 그 자체이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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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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