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니엘 호손은 만년에 `큰 바위 얼굴`이라는 단편소설을 쓴다. 살 만큼 산 작가는 이 사회에서 바람직한 인물이란 어떤 유형인가를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작가는 이 소설에서 돈 많은 부자,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 말 잘하는 정치인, 글 잘 쓰는 시인이 큰 인물이 아니고, 진실하고 겸손한 주인공 어니스트를 꼽고 있다. 어니스트는 어릴 때 어머니로부터 `큰 바위 얼굴`의 전설을 듣고, 그런 사람을 만나길 기대하며 자신도 `큰 바위 얼굴`처럼 진실하고 겸손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온 사람이다. 우리는 이 소설에서 어린아이가 성공을 위해서 닮고 싶은 역할 모델을 설정해 놓고 그의 행동이나 신념 가치관을 모방하며 성장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다. 어린시절 가슴에 새긴 신념은 그의 평생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신적 모델이 필요한 것이다.

대전에 살고 있는 우리 어른들은 다음 세대들에게 본보기가 될 정신적 지주를 마련해 주었는가. 적어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할 정신적 지침은 마련해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요즈음 대전시민들에게서 회자(膾炙)되고 있는 말 중에는 대전의 상징 타워 건립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앞으로 두 해가 지나면, 즉 2019년이면 대전시가 시 승격 70주년이 되는 해이니 나옴직도 하다. 더구나 광역시로 확대된 시세를 생각하여 광역시민으로서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자긍심이다.

이참에 몇 가지 짚어보자. 어떤 생각에서 이런 일을 추진하는지가 명확해야 방향이 설정된다. 시중의 이야기로는 단순한 상징 타워에 머물면서 경제적 가치를 유념하는 것 같다. 너무 조급하게 단정하기보다는 면밀한 검토를 거쳐 후회 없는 추진을 하기 위해 보다 깊은 연구와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물론 외국의 선례도 둘러보고 우리에게 맞는 규모나 의미를 찾아 결정하리라 믿는다.

결정의 여러 조건 중에 나는 제일로 꼽고 싶은 것이 대전의 미래에 대한 비전이다. 앞으로 대전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 비전을 세우고 그에 따라 방향도 설정해야 한다. 앞으로 이 고장에서 태어날 미래 세대들에게 커다란 꿈을 심어 주는 상징 타워로 만들어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외관적인 가시적 효과만을 노려서 높게만 주장해서는 안 된다. 무슨 사업을 하든 스토리가 있어야 활용도가 있다. 또 건립 효과는 전 시민이 참여할 때 극대화된다는 사실도 명심해 시민 공모주도 깊이 고려한 시민 참여형으로 건립하자고 건의하고 싶다.

뉴욕의 랜드마크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높이를 위해 102층까지 쌓아 올린 건물이 아니다. 그들은 청교도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이렇게 높이 쌓아 올린 것이다. 미개지에 삶의 터전을 일구러 처음 이곳으로 건너온 청교도의 숫자가 102명이었기에 그들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그토록 어렵게 역사를 이뤄낸 것이다. 이 건물은 뉴욕의 역사와 함께 도전정신과 개척정신의 상징물로 남아 있다. 그리하여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큰 꿈을 품게 해 줄 것이 분명하다.

우리도 대전의 상징 타워를 만듦에 있어서 무엇인가 정신적 표상물로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무엇이 될 것인가는 많은 전문가와 학자들의 능력에 의존할 일이다. 장구한 세월을 두고 이곳에서 살아갈 후손들에게 명심할 지침서로 내놓아야 한다. 단순한 웅장함만을 지양해서는 안 된다. 시민이 참여한 스토리가 있는 역사물이 돼야 한다.

경제적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 대전의 현대사를 살펴보면 서구의 군 주둔지가 이전하면서 신시가지가 형성됐다. 이로 인해 구시가지는 낙후의 늪에 떨어져 상대적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여러 면으로 배려해도 소생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전 상징 타워`로 하여 경제적 반등이 가능하다면 구시가지에다 세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로 인해 대전시가 균등한 발전을 얻을 수 있다면 과감히 배려할 일이다.

상징 타워의 특성상 높이를 무시할 수 없기에 대전 중구 보문산에 터를 잡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로 인해 구시가지의 경제적 소외감이 해소된다면 일석이조(一石二鳥)가 아니겠는가. 보문산의 사정공원과 동물원, 그리고 뿌리공원과 연계시켜 타워가 건설된다면 시너지 효과도 있어 구시가지의 경제적 어려움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대전 상징 타워` 자체가 관광 명소가 될 수 있도록 심사숙고해 건설하고, 주변의 관광자원도 더불어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유념해야 할 것이다.

장소는 여러 가지 조건을 살펴보고 선정할 일이지만, 다시 한 번 짚어둘 일은 이 상징 타워에는 대전시민의 가슴에 새길 신념의 표상이 드러나야 한다는 점과 전시민이 참여해 스토리가 있는 상징타워여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미래의 비전이 있는 도시 건설의 한 모델이 돼야 한다.

전에 있었던 대전 톨게이트 앞의 대전탑이나 엑스포과학공원에 있는 한빛탑처럼 옹색한 것이어서는 안 되고, 대전의 얼굴이 되는 웅장한 것이어야 함은 당연하다. 그리하여 대전시민의 미래 세대들이 우러러 바라보며 꿈을 키우는 표상물로 세워야 한다. 강도묵 대전시개발위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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