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을 대하면서 가끔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 오래 전에 읽은 내용이라 정확하지 않지만, 줄거리를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한 청년이 어느 해안가를 거닐고 있었다. 그런데, 저 멀리 할아버지 한 분이 모래밭에서 무언가를 주워 바다로 열심히 던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파도에 떠밀려온 불가사리였다. 할아버지는 곧 햇볕에 말라 죽게 될 불가사리를 살리기 위해 다시 바닷속으로 던지고 있었던 것이다. 청년이 물었다. "하루에도 이 해변에 수백 수천 마리의 불가사리가 떠내려와 말라죽는데, 할아버지께서 이 일을 하신들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또 한 마리의 불가사리를 바닷속으로 던지며 이렇게 답했다. "그래도 방금 저 불가사리에게는 엄청난 차이가 있지."

새 정부가 출범한지 한 달이 훌쩍 넘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처럼 정부가 바뀌면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비전을 구체화하고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국정과제를 정립하는 과정을 거친다. 정부부처는 앞으로 5년간 국정과제를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대통령을 선출한 국민 전체에 봉사한다. 물론 대통령과 여당의 국정기조에 따라 사회·경제적 정책방향이 달라지며, 이에 따라 국정과제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주요 국정과제로 계속해서 다뤄지는 주제가 있다. 바로 국민편익 증진을 위한 규제개혁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특허청은 사실 규제기관은 아니다. 국민과 기업의 새로운 아이디어를 지식재산권(IP)이라는 무형자산으로 권리화해주고 보호하며, 지식재산권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이나 시장을 개척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특허행정도 각종 절차와 규정이 맞물려 돌아가는 거대한 시스템이다 보니, 그 안에서 국민들이 규제처럼 느끼는 불편과 부담은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인터넷을 통한 전자출원은 익스플로러에서만 가능해 크롬·파이어폭스 등의 다른 웹브라우저를 쓰는 이용자들의 불편이 컸다. 특허등록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출원인이 심사관을 직접 만나 출원기술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면담제도가 있으나 특허청이 위치한 대전과 거리가 먼 지역의 출원인이 이용하기에는 벅찬 감이 있었다. 우수 특허를 보유한 중소기업의 원활한 자금 조달을 위해 지식재산 가치평가를 지원하고 있으나 투자유치가 확정된 기업에 한정돼 정작 평가결과를 활용해 투자를 유치하고자 하는 기업은 이용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사례에 해당하는 국민이나 기업들은 특허출원, 등록 및 사업화 등의 기로에서 큰 불편이나 부담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특허청은 올해 안에 △액티브X 폐지 △온라인 영상 면담제도 도입 및 투자유치 중인 기업에 대한 지식재산 가치평가 지원 등의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새 정부 국가비전은 정의와 통합이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등 상대적으로 약자인 이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정책들이 많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허청 역시 한 마리의 불가사리라도 더 살리려는 마음으로 국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숨통을 틔워주는 제도개선에 매진할 것을 다짐해 본다. 손영식 특허청 기획조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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