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신작영화 `옥자`는 지난 칸 국제영화제에서부터 최근 국내 개봉까지 영화 자체의 호불호를 떠나 작품이 관객과 만나는 방식과 방법으로 인해 격렬한 논쟁의 한 복판에 위치해 있는 상황이다. 지난 칸 국제영화제에서 벌어진 프랑스 극장 협회와 프랑스 영화위원회 차원에서의 공식경쟁부문 초청에 대한 항의와 그로 인해 새로이 개정된 칸 국제영화제 출품과 상영 규정 개정 사태에 이어 현재까지 CGV를 비롯한 롯데 시네마와 메가박스 등, 한국의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업체들은 `홀드 백`(영화가 극장에서 내린 뒤 부가판권시장으로 넘어가는 공백 기간) 없이 극장과 VOD 스트리밍을 통해 동시에 개봉을 추진하는 `옥자`의 상영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지난 2009년 미국에서 시작된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제작 콘텐츠의 글로벌 프로젝트 중 하나였던 `옥자`가 지금 한국을 비롯한 국제적 차원의 영화 생태계에 미치는 충격파는 단순히 멀티플렉스 체인으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극장산업체와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 유통배급 플랫폼 간의 영화 산업의 헤게모니를 둘러싼 갈등만으로는 온전히 그 의미의 실제적 측면을 이해하기 힘든 `사건`이다. 제7 예술로 일컬어지는 `영화`라는 매체는 그동안 뤼미에르 형제가 `시네마토그라프` 시스템으로 1895년 파리의 인디언 살롱 그랑 카페라는 `극장`을 통해 37명의 `관객`에게 선을 보이며 `탄생`했다고 `정의`내려져 왔다. 즉, `영화`란 근원적으로 `극장`이라는 공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숙명적 `존재`로서 인식되어 왔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옥자`는 지난 120년 동안 이어져온 이러한 인식에 조종(弔鐘)을 울리게 될 문명사의 기로에 서게 된 현장을 목도하게 하는 불안감과 기대감을 함께 품은 한 덩어리의 혼돈이 눈앞에 닥쳐온 현현,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영화 `옥자`는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에 과연 영화란 어떻게 정의 내려야 하는 존재가 되었는가?`라는 보다 근원적이고 사회문화적 차원의 문제를 우리 앞에 던져 놓고 있는 실체가 되어 버렸고 이 논쟁은 `옥자`라는 개별적 작품만의 문제가 아닌 2차 산업혁명의 총아였던 영화가 작금의 소위 4차 산업혁명으로의 변혁과 이행 속에서 어떠한 존재로 변화되고 살아남을 것인가 하는 인류의 문명사적 관점에서 전개되어 나아갈 하나의 사례가 될 것이라 여긴다면 혹, 지나친 의미부여가 될 것인가? 이제 이 현재진행형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되어 가는지 주목해 보면 어떨까? 어쩌면 본편인 영화와는 다른 나름의 흥미진진한 디지털 시대 인류문명사의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관람할 기회가 될지도 모르지 않는가 말이다. 민병훈 대전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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