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대치동은 `학원 공화국`이다. 요즘 대치동에서는 밤 10시 이후 초·중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체육 사교육`이 문전성시다. 강남 학생들의 방과후 일과는 국·영·수 학원을 마친 뒤 밤 10시부터 `체육`이 시작되는 셈이다. 체육 사교육은 학원법 규제를 받지 않는 틈새를 이용한 형태다. 학생들은 학교 내신이나 고교 입시를 위해 `체육 사교육`을 받기도 하는데 강남의 일부 중학교에서 체육 수행평가가 매우 까다로워서 열성 학부모들이 `줄넘기`나 `달리기 과외`를 시키고 있는 것이다. 교과 공부를 위한 학원 수업이 밤 10시에 끝나니 체육과외는 그 이후에 시작될 수 밖에 없다. 체력 검사가 포함돼 있는 `자사고`를 준비하는 학생은 입시용 `체육 사교육`을 받기도 한다. 무엇보다 2015 개정교육과정이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예체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체육 사교육의 붐으로 지목된다.

`체육 사교육`은 농구나 수영, 태권도 등 종목도 다양하다. 수영의 경우, 강남 소재 수영장에서는 수영강사가 라인 하나를 빌려서 학생들을 개별적으로 개인 과외를 하는데 수영강습을 밤 9시 넘어서 시작한다. 학생이 교습 학원을 모두 마친 뒤 수영을 시작할 수 있도록 시간을 조정했다. 아파트 내에 입주민을 위한 수영장이 있는 경우는 수영 강사가 그 곳으로 가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태권도학원도 예외는 아니다. 학생들이 밤 10시를 훌쩍 넘긴 시간에도 태권도를 배우는 모습은 흔하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밤 늦은 시간에 태권도를 배우는 초등학생도 있다. 일반 교습학원은 오후 9-10시에 끝나지만 체육학원은 시간제약이 없기 때문에 퇴근이 여의치 않을 때 자녀를 맡기듯이 보내는 것이다.

자녀를 농구 교실에 보내는 학부모는 "한 팀에 5명씩 팀을 꾸리려면 최소 10명은 있어야 하는데 친한 아이들과 같이 다닐 수 있는 시간대를 선택하다 보니 밤 10시 이후 밖에 없다"고 말한다. 특히 농구교실은 초등학생들이 많은데 "비교적 학업부담이 덜한 초등학생 때 전인교육 차원에서 아이에게 팀 운동을 가르치고 싶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재미있는 것은 학생들의 반응이다. 매일 5-6시간 씩 이어지는 `학원 뺑뺑이`에 지친 학업 스트레스를 심야 스포츠로 푸니 오히려 즐겁다는 반응이다.

강남 학부모들은 "초등학생 때 체력을 길러놔야 한다. 중학생이 되면 강남 학원들은 한 과목당 보통 3시간씩 연강수업을 하기 때문에 체력이 안 되면 학원수업을 버텨 내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오는 7월부터 서울 지역에서 학원 뿐 아니라 과외시간도 오후 10시로 제한되는 것을 감안하면 밤늦은 `체육과외`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에듀 비교과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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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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