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군에 입대했던 해가 1989년. 제대를 1991년에 했으니 26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지난 달에 생각치도 못했던 군대 후임의 연락을 받고 군 생활을 함께 했던 몇 사람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회포를 풀게 됐다. 군 생활 당시 구타는 일상이었고, 배가 고파 건빵 한 봉지를 훔쳐 모포 속에서 소리죽여 비워내던 어리석고 젊던 그 시절의 사람들이 이제는 머리가 희끗해진 모습으로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 다시 만나니 반가움의 차원을 넘어 과거와 현재가 한순간에 있는 듯한 묘한 감정이 들었다. 그 동안 어찌 살아왔는지 얘기를 나누고 군 생활 당시 기억나는 일들로 수다를 떨다 보니 자정을 넘기고서야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지게 됐지만 그 감흥이 오랫동안 가시지 않고 있다.

요사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총리를 비롯해 장관급 공직후보자의 청문회 소식이 뉴스를 장식한다. 청문회를 보면서 실감하는 말이 시쳇말로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이 없다`라는 말이다. 그리고 혼자서 `나`라는 사람을 `털면` 얼마나 먼지가 날까 생각도 해보았다. 서두에서 필자의 개인사인 군 생활 이야기를 했던 이유가 그것인데, 기수를 관통하는 구타문화 속에 나 또한 예외는 아니었고, 얼차려는 밥 먹듯 당하고 시키고 했으니 엄격한 법의 잣대로 처벌됐다면 상습적인 폭력 범죄자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건빵도 기회가 닿는 대로 행정반에서 훔쳐 먹었으니 절도범죄도 상습적인 것이었다. 사회에 나와서는 또 어떤가. 위장 전입의 문제도 자유롭지가 못한데 이사 갈 날을 받아놓고 아이가 학교에 적응하기 쉽도록 학기 시작 전에 이사 예정지 근처의 지인의 집으로 두 달여 전입을 했었던 적도 있었고, 맥주 한두 잔을 마시고 아무렇지도 않다며 운전대를 잡았던 일도 적발이 됐다면 도로교통법 위반의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기록에 남아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나`라는 사람은 털면 `먼지`정도로 그칠 사람이 아니므로, 능력도 안 되지만 신상이 털릴 수 있는 공직은 꿈에도 생각하지 말고 조용히 소시민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국회에서 고위공직후보자들을 검증하는 청문회는 대통령과 행정부의 권력을 입법부인 국회가 견제하는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필수적인 제도로서 그 동안 전 정부에서도 청문회를 통해 부적격 후보자들이 낙마했던 사례도 있어 권력의 견제와 균형이라는 측면에서 성공적으로 운용되고 있다고 평가된다. 청문제도를 좀 더 살펴보면 국회의 적격여부에 대한 보고서가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기속 할 수는 없는 한계도 존재하는데, 국회의 청문보고서는 정치적 의미에 그치고 법적인 강제력은 없다는 의미다. 즉, 현재와 같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현저하게 높은 상황에서는 국회의 의사와 무관하게 대통령은 점 찍었던 공직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정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이 필요할 때에 야당이나 반대세력의 협조가 없이는 입법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어서 면밀한 정치적 수 계산이 선행될 것이다.

공직후보자를 검증해서 심각한 도덕적, 법적 하자가 있다면 당연히 그 후보자는 공직에 나아가서는 안 된다. 그런데 요새 청문회를 보고 있으려니 무언가 방향이 잘못 흘러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나 자신이 하자가 많은 사람이라서 갑자기 관대해 진 것도 아니다. 주민등록법에 자녀 교육이나 한시적인 외국거주 등에 있어 피치 못할 사정을 고려한 규정이 없어서 국민을 범법자로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전문가들이나 알 수 있는 소소한 세무지식과 법률지식을 알지 못해 넘어간 사안까지 범죄자로 몰아세우는 것은 아닌지, 무엇보다도 털어서 먼지가 조금 나는 사람과 많이 나는 사람, 나처럼 털면 안 되는 정도의 사람까지 모두 다 `먼지`라는 단어에 매몰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생긴다.

공직후보자의 공직수행에 필요한 자질과 능력은 도외시하면서, 전 후 사정을 무시한 채 불법행위자로 몰아가서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회와 국회의원들은 소속 정당의 존재감이나 선명성보다 국익을 먼저 생각하고 대승적으로 정치에 임해야 국민의 뜻에 따르는 것임을 깨우쳐야 할 것이다. 신상훈 법무법인 명경 대표 변호사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