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봄 가뭄에 시달리는 서산지역 주요 저수지 물이 마르며 모내기 후 물 공급을 못하는 등 영농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사진은 저수율 3%로 떨어진 서산시 해미면 산수저수지. 사진=정관희 기자
최악의 봄 가뭄에 시달리는 서산지역 주요 저수지 물이 마르며 모내기 후 물 공급을 못하는 등 영농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사진은 저수율 3%로 떨어진 서산시 해미면 산수저수지. 사진=정관희 기자
"심은 모도 다 죽게 생겼어요."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면서 들판도, 농민들의 가슴도 타들어가고 있다.

11일 서산시 해미면 산수리에서 만난 농민 김기찬(59)씨는 가까스로 심은 모에 제때 물 공급을 하지 못해 새로 심어야 할 형편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김씨는 "그동안 도당천(대교천)과 신장천 물을 끌어다가 간신히 모내기를 했지만, 올해는 저수지물이 고갈된데다 지하수 관정조차 없어 단비에 의존하고 있다"며 "물 부족으로 어린 모가 말라가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부석면 일원의 천수만 간척농지는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땅의 염도가 이미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 모 잎이 누렇게 변하며 타들어 가고 있었던 것.

젊은 농군 김태현(46)씨는 "아무리 가물어도 일단 모내기만 해놓으면 하늘이 돕겠지 하는 마음으로, 물을 끌어들여 지난달 말 모내기를 끝냈는데, 이렇게까지 비가 안 올 줄 몰랐다"며 "농어촌공사가 간척지의 염도를 낮추기 위해 주변 화력발전소에 공급하는 물까지 농업용수로 돌렸지만 별 도움이 안됐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이 곳 담수호 물은 염도가 높아 농업용수로 적합하지 않지만 방도가 없어 대부분의 농민들이 이 물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100mm 이상의 비가 내리지 않으면 정말 올해 농사는 포기해야 할 형편"이라고 걱정했다.

간척지가 많은 태안지역도 가뭄으로 인해 피해를 보기는 마찬가지였다.

논 두렁과 농로 주변에는 모내기를 한 빈 모판 상자만 덩그러니 쌓여있을 뿐 한창 새파랗게 자라 있어야 할 모는 보이지 않았다.

태안은 11일 현재 논 농사를 하는 농민 96%가 모내기를 마쳤지만, 염분 농도가 높아 모가 대부분 물속에 잠겨 재 이앙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태안군 관계자는 "간척지에 모내기한 논 염분 농도가 0.3%까지는 농사를 지을 수 있지만 현재 0.6-0.7%까지 올라가 모가 고사되고 있다"며 "비가 내리면 보내기를 다시 할 수 있도록 예비 모판을 준비해 놓고 있으며 용수원 개발 사업 등 가뭄피해를 줄이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논 농사 못지않게 밭 농사도 타격이 우려된다.

서산시 고북면에서 밭농사를 하는 유명숙(84·여)씨는 매일같이 애꿎은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얼마전 수확한 마늘이 극심한 가뭄탓에 제대로 여물지 못한데다 가격역시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운한 마음을 뒤로하고 최근 1만㎡의 땅에 고구마를 심었지만 이 역시도 가뭄에 굵은 고구마를 수확할수 있을지 의문이다.

유씨는 "고구마가 잘 들면 멧돼지가 다 파헤치더니, 올해는 멧돼지가 파헤칠 고구마가 있을지 걱정"이라며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정관희·정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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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만 B지구 간척지 논에 모내기 한 모가 염분이 높아 모가 고사된 모습. 사진=정명영 기자
천수만 B지구 간척지 논에 모내기 한 모가 염분이 높아 모가 고사된 모습. 사진=정명영 기자
논에 물은 가득하지만 염분 농도가 높아 모가 물속에 잠겨 고사된 모습. 사진=정명영 기자
논에 물은 가득하지만 염분 농도가 높아 모가 물속에 잠겨 고사된 모습. 사진=정명영 기자
간척지 논에 모내기한 모판상자는 쌓여 있는데 모가 고사돼 논에 물만 가득찬 모습. 사진=정명영 기자
간척지 논에 모내기한 모판상자는 쌓여 있는데 모가 고사돼 논에 물만 가득찬 모습. 사진=정명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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