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음악가 "이것은 최근 출시된 제 CD 음반이에요. 선물로 드릴게요."

나 "감사합니다. 음악 감사히 들을게요." (하지만 속으로 `어차피 인터넷에서 공짜 음원 다 구할 수 있는데 왜 아직도 CD로 앨범을 만들지?`)

위 대화는 나를 포함한 많은 음악가들이 흔히 겪는 사례이다. 한물간 취급을 당하는 CD 음반을 왜 우리는 아직도 계속 만들어낼까? 이 문제의 답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음반 제작 사정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음반은 크게 유니버셜 뮤직(Universal Music)·소니(Sony) 같은 대형 음반 회사에서 전세계로 발매되는 경우와, 소규모의 영세한 음반사 혹은 개인 제작으로 발매된다. 전자는 한국의 경우 조수미·조성진 등 소수의 예술가들만이 대상이 되어 부와 명예를 얻을 것이며, 후자의 경우는 그 외 대부분의 음악가들이 운이 좋다면 푼돈이라도 만져볼 수 있겠고, 그게 아니라면 손실을 볼 확률이 높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런 예술가들은 무엇을 얻는 것인가? 첫째로, 예술가들은 희망을 얻는다. 그들은 독점적인 예술적 지위를 얻기를 희망한다. 과거 LP 음반 시절, 앨범을 출시한다는 것은 음악가들에게는 위신과 명성의 기회가 되었다. 30년이 지난 오늘날도 예술가들은 CD 음반을 통해 같은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예술가적 야망이다. 우리는 우리의 예술들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싶어한다. CD는 그것을 가능케 하지만 연주회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세 번째로 발표의 장이다. 한마디로 CD는 예술가에게는 자신을 어필하기에 가장 좋은 기회가 된다. CD를 통해서 당신은 티켓 구매자, 스폰서, 기획사와 같은 잠재적 사업 동반자들을 불러 모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앨범제작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이를 고민하는 동료 예술가들에게 나는 딱 하나의 제대로 된 앨범을 만들 것을 조언한다. 하나의 앨범을 제작하려면 많은 시간과 정성을 필요로 하지만, 사업적으로나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 충분히 투자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최선을 다해 제작한 자신의 앨범에 자부심을 가져라. 그리고 사업가가 되어 당신의 앨범을 대형 음반사에 소개하라. 성공하면 당연히 축하할 일이겠지만, 아니더라도 너무 기죽지 마라. 적어도 당신은 당신 스스로가 영리한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될 것이니 말이다. 당신은 이미 당신의 음악적 명함이자 당신의 음악을 영원히 보존할 수 있는 음악적 문서를 갖고 있는 셈이다. 만약 여건이 되면 인터넷을 공략하라. 유튜브나 아이튠즈는 예술적으로나 사업적으로나 또 다른 기회의 장이다. 그러니 우리 한 번에 잘하자! 필립 리차드슨 목원대 건반악학부 교수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