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배 논설위원
나병배 논설위원
새 정부 출범 한 달, 국정운영을 맡은 핵심 포스트 인사들 충만함이 돋보이는 소묘가 연상된다. 나라 안위와 국민 삶의 질을 5년 매니지먼트하는 선출권력을 잡은 기세가 돋보이는 데에 사생 핀트를 맞추면 획득되는 이미지 체계다. 언어로 축약하면 `새 술은 새 부대에` 아포리즘을 실감하고 있을 법하다.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며 국민 독과점 지지를 받아 탄생한 정권답게 `적폐청산`이든 `비정상의 정상화`이든 경제 잘 관리하고 상식과 정의가 통하며 통합 지향성을 견지한다면 점수를 줘야 한다.

정권 중심 진용도 낯설지 않다. 노무현 정부를 떠받쳤던 주축 세력이라는 선행 이미지 효과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한번 정권을 경험해본 학습기억이야말로 국정 운영의 자산으로 변용될 수 있겠다. 정권교체 이후 불편할지 모른다는 일부 막연한 정서가 무색해지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한 달 동안 밀도 있는 정책 수단들을 안출하고 있는 모습에서 일 머리가 돌아간다는 신뢰감이 움트는 느낌이다.

당면한 과제는 내각 구성이다. 각 부처를 이끌며 각 정책 단위의 수요현장 투사를 담당할 장관급 자원들 세팅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인사청문을 마친 뒤 완전체를 이루려면 시일이 소요될 듯하다. 어느 정부나 마찬가지 과정이고 기회비용으로 간주되지만 정권 초반 핵심 정책 추진의 경우 타이밍과의 싸움 성격이 짙음을 감안할 때 공연히 조바심이 들기도 한다.

하나 우려점은 국민 기대치 수준이 됐든 정권의 책무감이 됐든 과부하 현상이다. 요컨대 파사현정이란 말처럼 내쳐 달리는 것은 나쁘지 않다 하겠으나 하중이 과하게 걸리면 운신이 굼떠진다. 정권 내부로부터의 피로감이 시나브로 엄습하는 수가 있음도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동시에 새 정부에 대한 상대성 측면에서 정치 환경을 오독하거나 비틀려는 수에 유혹되지 않아야 한다. 입으로는 정파·진영 논리와 거리를 두자며 협치론에 가치 방점을 찍고 있지만 사안을 보는 시각과 접근법이 상이할 경우 국정 병목현상을 피해가기 어렵다.

그래서 정권 운용의 유연성 여부로 귀결된다. 이를테면 지름길이 여의치 않으면 우회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때 대응력 같은 것이다. 그러면 조금 멀게 느껴지더라도 돌아가는 지혜를 발휘하는 게 낫다. 정부 운영을 맡은 입장에서 시종 무오류를 장담하기 쉽지 않으며 부득이 `희생 번트`를 쳐야 하면 날리면 그만이다. 그 또한 정권 여백미라는 관점에서 보면 각박한 정치토양에서 하나의 쉼표로서 기능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인식을 전제로 초장부터 많은 일을 벌이려는 과욕은 금물이라는 경구에 귀 기울이려는 절제의 미학이 요구된다. 새 정부의 의욕과 현안 진단 능력에 공감한다 해도 백화점식으로 한꺼번에 정책 상품 마케팅을 추동하는 것과는 구별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개별 정책 상품의 목표 선의성 및 적시성에 대한 의심으로 이해하면 곤란하다. 병법 상식 상 선제공격으로 설복시키지 못하면 응전을 부르고 내성을 키우게 되는 이치에서다.

일례로 녹조 경감을 겨냥해 4대강 댐·보를 연계해 일시 펄스 방류를 해도 근본 처방에 미치지 못하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 세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11조대 일자리 추경도 새 정부·여당 결속만으로는 힘에 부칠 수 있다. 복수다당제 의회 지형에서 범야권과 공감대를 넓히는 필요충분조건을 충족할 때 비로소 재정 동원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 문제를 비롯해 국방개혁, 검찰혁신 등도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과제들이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갖가지 정책을 `전개`하는 것도 긴요하지만 불요불급하다면 경중을 먼저 따져볼 일이다. 외교·안보 분야에 관련된 사안은 물론이고 경제 분야 정책 수단들도 정권 관찰자에 머물러 있을 때하고는 부피감, 파장 등 측면에서 달리 체감되는 수가 있다. 새 정부가 쾌조의 출발을 해야 국민이 정책적 과실을 공유하게 됨은 당연지사다. 다만 스스로 스텝이 엉켜 중심축이 흔들리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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