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사회연구의 특징중 하나가 문화를 중요한 연구대상으로 편입시켰다는 점인데, 프랑스의 사회학자인 브르디외(P. Bourdieu·1930-2002)는 문화가 사회적 불평등을 재생산한다는 흥미로운 이론을 발표했다. 그는 개인의 문화취향이 사회의 계층불평등의 지표가 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개인의 문화취향이 개인에게서 유래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지위와 계층에 따라서 구조가 미리 정해져있다는 주장이다.

부르디외에 따르면, 고급문화로 인식되고 있는 클래식음악 내에서도 프랑스의 하위계층이 좋아하는 클래식음악은 요한 슈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이나, 상층계층은 상당히 난해한 것으로 알려진 바흐의 `피아노 평균율`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급문화 대 대중문화(클래식 대 대중음악)라는 이분법적 문화이론을 넘어 고급문화의 영역 내에서도 문화적 차이를 있음을 드러낸다. 한 개인이 어떤 작곡가를 선호하고, 어떤 음악작품을 좋아하는가의 여부는 그의 사회계층, 직업, 학력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문화취향은 선천적이라기보다는 개인의 사회적 조건에 의해 구축된다는 체계를 갖는다는 것이다.

개인적 문화취향은 그가 속한 사회적 계층에 따라 미리 주어진 것이며, 이러한 문화취향의 재생산은 사회적인 구별을 표시하는 상징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어떤 예술작품을 아는가 모르는가의 문제만으로도 교육수준이나 경제수준 등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문화는 단순한 향유차원을 넘어 사회적 계층을 나누는 상징적 지표라는 것이다. 문화는 그 어떤 정치보다도 강력한 사회적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사회적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위 이론은 저서 `구별짓기`(1979)를 통하여 발표되었는데, 이는 부르디외가 1960년대 프랑스 사회를 조사한 결과물이다. 비록 우리 사회와 문화적 배경이 다르며, 계층의 문화취향 형성 과정도 다를 수 있지만, 부르디외가 주장한 논지는 그러한 차이를 넘어서서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

사회적 계층격차나 불평등을 완벽하게 줄일 수는 없다. 그러나 부르디외의 이론을 적용한다면, 모든 사회구성원이 문화적 혜택을 균형 있게 받음으로써 사회적 계층 불평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경제격차나 정보격차에 대해서는 다양한 대책이 나왔으나 문화격차나 문화불평등에 대해서는 인식도가 낮은 것 같다. 문화불평등의 해소야말로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는 길인데도 말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왜 문화예술을 `공공재`로 보고 국가가 지원해야 하는지, 왜 문화복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의 이유다. 문화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을 있음을 인식하자.

음악평론가/당진문예의전당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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