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문화재단이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방식을 보면 허탈하기만 합니다."

30여 년간 지역 문화계에서 활동해 온 한 인사는 최근 대전문화재단에서 불거진 논란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설립된 지 8년이나 됐는데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고작 이 정도라니 재단 비전은 과연 있는지,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바람 잘 날 없는 대전문화재단이 최근 또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 문화재단 일부 직원이 대전시가 재단에 지나친 간섭을 하고 있다며 대전시의회 및 대전시 인터넷 홈페이지에 항의 글을 올린 게 발단이 됐다.

이를 두고 대전의 문화예술계에서는 곪을 대로 곪은 문제가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문화재단은 시가 출연한 재단법인이지만 인사권과 근로관리감독권이 시에 있어 설립 초기부터 시의 간섭 범위에 대한 지역의 우려가 있었다.

우려대로 시의 `팔길이 원칙`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시의 문화 정책에 따라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문화 인력을 발굴, 키워가야 할 재단 본연의 역할은 제대로 수행되지 못했다.

지역 문화예술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큰 틀에서 재단 운영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공론화할 수 있는 계기로 봤다. 타이밍이 좋았다. 문재인 정부가 문화 분권을 기조로 지역문화 공약으로 내세운 것 중 하나가 `문화재단 운영의 자율·독립성 보장`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엉뚱한 데서 터졌다. 재단 내부에서 이번 문제를 개인의 의견으로 볼 것인지, 전체 의견으로 볼 것인지를 놓고 투표를 진행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이는 이번 문제를 옳고 그름이 아닌, 개인 혹은 소수 의견을 덮으려는 방식일 수밖에 없다며 외부에서는 황당한 시선을 보냈다. 권한을 가진 대표이사나 실장 등에게는 보고도 안 된 사항이라고 한다. 덕분에 재단은 시의 간섭에 대한 빌미를 자초했다는 싸늘한 반응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태생적 한계로 인해 문화재단은 절대적 독립성을 가질 수는 없다. 그러나 조직 차원에서 이를 위해 끊임없이 시에 요구하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신뢰를 지역 사회에 심어줘야 한다.

그러나 사태의 본질 파악은 뒤로 한 채 물타기로 진행된 이번 행태로 지역사회와 문화예술계의 재단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에 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문화 정책은 팔길이 원칙만 잘 지켜져도 반은 성공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단 대표이사와 실장 등 간부들이 적극적으로 이번 사태에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그렇지 않으면 재단이 외치던 운영 자율성과 독립성 확보는 여전히 허공에서만 맴돌게 될 것이다.

강은선 취재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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