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국가기능을 서적에서 찾아보면 `외적의 침입을 막고 도량형을 통일하고…` 이런 문구가 나온다. 국가의 기능 중 가장 중요한 필수 항목이 바로 외적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들이 쓸 도량형을 통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실제로 그리 틀린 말도 아니다. 외적의 침입을 막는 거야 국가로서 당연한 기능이고 또한 도량형을 통일하는 일 또한 아주 중요한 일 이었을 게다. 만약 고무줄처럼 죽죽 늘어나는 자로 물건의 길이를 잰다면 국가 전체에 아마도 큰 혼란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 말의 깊은 뜻은 무엇을 측정하고 판단하는 데는 획일적이고 보편타당해야 하며, 세상의 이치를 판단하고 측정하며 이해하는 것과 국가통치에서도 같은 잣대를 적용하라는 가르침이다. 선생님이 내리치는 대나무 잣대의 방향에 따라 파벌이 만들어 졌듯이 적용하는 잣대가 일정치 않다면 수많은 부작용과 혼란이 올 수 있게 됐으니 모든 척도는 같은 잣대로 재야한다는 말이다.
대한민국은 새 대통령을 맞아 새로운 내각을 구성하고 있다. 그간 보수 측 대통령에서 진보대통령이 선출됐다. 새로운 대통령은 내각을 구성하며 흔들리던 국가기강을 새우기에 바쁘다. 이때 국무위원으로 지명 받은 이들의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인사 청문회에서 나온 그들의 허물들이 국무위원으로서 감당할 수 있는지 확실히 검증해야 한다. 이때 적용되는 잣대는 정치 이념적 잣대를 적용해 용서되거나 허용되어선 안 된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하면 불륜`처럼 적용하거나 남의 티끌을 탓하며 내 눈의 대들보는 보지 못하는 편협하고 편향된 성향을 보여서도 안 된다. 만약 이런 기울어진 `이중잣대`로 국무위원을 기용하는데 사용한다면 촛불의 거룩한 의미는 사라지고 또 다시 대한민국은 어두운 터널로 빠져들게 된다. 국민들 역시 사사로운 감정에 따라 휩쓸리거나 허술하고 느슨하게 검증을 허용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편저편, 보수 진보를 떠나 올곧은 잣대를 적용해 철저하고 확실한 인사청문회가 돼야 나라기강이 살아난다. 강명식 푸른요양병원장·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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