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투스는 로마 최초의 평민출신 황제 베스파시우스의 장남이었다. 티투스는 로마가 제정으로 바뀌고 법무관과 집정관 등의 로마 고위관직을 지낸 아버지의 영향으로 로마 황실의 여러 자제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팍스 로마나(Pax-Romana)`시대라고 하지만 여전히 로마의 평화는 위협받고 있었다. 국내적으로는 이른바 `악당 황제`로 불리는 갈리큘라를 이어 네로 황제의 치하로 시민의 생활은 궁핍해져가고 있었다. 대외적으로는 완전히 굴복하기를 거부하는 유대인들의 반란이 거듭되고 있었다. 황제 네로는 시민들로부터 혈세를 짜내 자신의 권위를 상징하는 거대한 황금동상 `콜로수스(colossus)`를 건설하며 권력을 탐닉했다.

유대 반란이 심각해지자 네로는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베스파시우스를 총사령관으로 파견했다. 이때 베스파시우스는 반란 진압 원정에 아들 티투스를 데리고 갔다. 티투스는 아버지를 성심으로 도와 끝까지 저항하는 유대 반란을 평정했다. 네로의 폭정에 견디지 못한 로마 시민과 원로원들은 네로를 암살하고 로마의 골칫거리를 해결한 베스파시우스를 황제로 추대했다. 황제가 되자마자 베스파시우스는 로마의 정치체제를 이전의 공화정으로 돌린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권력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고자 노력했다. 특히 그는 네로가 세운 콜로수스를 없애고 그곳에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일종의 공설운동장을 건설하도록 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콜로세움이다. 콜로세움은 콜로수스로부터 유래했고 황제의 것으로부터 시민의 것으로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유대 반란을 진압한 티투스는 잠시 유대에 남아 뒷정리를 했다. 그러는 동안 베르니카라는 유대 왕실의 여인과 불 같은 사랑을 했다. 티투스는 사랑하는 애인과 결혼하고자 했지만 로마의 시민과 원로원은 반대했다. 장차 로마 황제가 될 왕자는 로마를 괴롭힌 적국의 여인과는 결혼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였다. 번민과 안타까움이 밀려왔지만 티투스는 시민과 원로원의 말을 따라 베르니카와 이별했다. 국가의 일이 사적인 일보다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티투스는 서기 79년 6월 24일 아버지의 사망으로 티투스는 로마황제에 등극했다. 그는 아버지를 이어 로마가 더욱 발전되고 시민의 안녕이 지속되어 `성공한 황제`가 되기를 원해 콜로세움을 완성해 시민들에게 돌려주었다. 그러나 황제가 된 지 두 달째인 8월 24일 로마 최고의 지방도시 폼페이를 인접한 베스비우스에서 거대한 화산이 폭발했다. 이 폭발은 1만 5000명의 시민 중 절반을 희생시키고 도시를 잿더미로 파묻어 버렸다. 소식을 접한 황제는 모든 일을 제쳐두고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 `재해대책본부`를 꾸렸다. 황제는 이듬해 80년 봄까지 폼페이에 머물면서 살아남은 시민들과 함께 먹고 자고 했다. 그러던 중 로마에서 다시 급보가 날아왔다. 로마시내에 거대한 화재가 났다는 전갈이었다.

이제 티투스는 다시 로마로 달려갔다. 즉시 황제 직속의 `재해대책본부`를 꾸리고 복구와 이재민을 위해 노력했다. 안정이 되어가던 81년 봄에 이제는 로마에 전염병이 창궐했다. 티투스는 다시 `전염병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국가적 재해 수습에 앞장섰다. 전염병 문제가 해결되어갈 무렵 9월 13일 누구보다도 로마의 국가발전과 시민들의 안녕과 행복을 바랐던 티투스는 갑자기 사망했다. 비록 2년 3개월이라는 짧은 치세였지만 로마 시민들은 티투스를 그들의 위대하고 성공한 황제로 기억하고 있다. 비록 경제발전이나 국가적 차원의 거대한 업적을 이룬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그들의 황제가 시민들과 직접 소통하면서 그들과 함께 아픔을 나눈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좋은 리더들은 많다. 하지만 위대한 리더들은 많지 않다. 위대한 리더가 되는 조건은 여러 것이 있지만 가장 공통적인 요인이 하나있다. 그것은 리더가 이른바 구중궁궐을 나와 국민들과 직접 소통했다는 점이다. 위대한 대통령 링컨이,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워싱턴이 그러했다. 위대한 영국을 만든 엘리자베스 1세가 그러했고 우리의 위대한 국왕 세종대왕 또한 그러했다. 그들은 기쁨이 있는 축제 현장으로 슬픔이 있는 사고현장으로 국민들의 생활 그 자체가 있는 시장으로 돌아다니면서 오로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했다.

다시 한 번 공자의 지혜를 빌려보자. 성공하는 리더는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고 멀리 있는 사람을 오게 하는 사람이다(近者悅 遠者來). 우리도 이제 가깝게 있는 국민들을 정말 기쁘게 해주고 멀리 있는 사람(이념, 지역, 나이 등)을 가깝게 오게 만드는 진정으로 성공하는 리더를 가져보고 싶다. 김형곤 건양대학교 교수 (서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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