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6월 초, 겨울철 스키관광 지역으로 유명한 전북 무주에서 `산골 영화제`라는 이름부터 정겨움과 소박함이 묻어나는 초여름의 영화제가 시작되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전시적, 낭비적 성격의 `영화제`가 지자체의 치적용 행사로 남발되어 왔다는 일부의 따가운 지적과 눈총이 상존함에도 과감히 시작된 이 영화제는 지역의 특성과 지향성을 바탕으로 한 정체성의 확립과 그에 알맞은 합리적 방법론을 고민하고 찾아가는 실천을 통해 나름 성공적으로 인정받고 안착해 가는 성과를 이루어내고 있다.

한편, `부산국제영화제`가 개최되는 부산에서는 매년 5월경 `부산국제단편영화제`라는 또 하나의 국제영화제가 개최된다. 본래 한국 최초의 단편영화제로 민간 차원에서 시작된 `부산단편영화제`를 모태로 하여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의 시절을 거쳐 2010년 제27회 때부터는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이 결정되면서 국제 영화제로 발돋움을 하게 되었다. 부산은 이를 통하여 `부산국제영화제`라는 메이저 축제와 함께 영화의 출발점이자 영원한 미래인 `단편 영화`라는 마이너리티 적인 영역의 축제까지 아우름으로써 아시아 영화의 메카가 되기 위한 문화적 차원의 당위성 확보를 위한 기초를 마련해 가고 있다. 이밖에도 울산광역시 울주군에서 2016년 시작된 한국 최초의 산악영화제인 `울주세계산악영화제`도 앞으로 눈여겨볼 만한 새롭고 개성적인 영화축제의 시도라 하겠다. 이처럼 지난 지면에서 살펴보았던 국제영화제 급의 규모가 아니더라도 영화제가 지향하는 정체성의 확립에 따라 다양한 관점의 위치적 선점을 통해 이루어내는 영화축제는 분명 가능한 지점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전·세종·충남에서도 이러한 관점과 태도로 접근해 볼 수 있는 나름의 영화축제는 분명 가능성이 충분하리라 본다. 하지만, 그 가능성의 타진에 앞서 여기엔 한 가지 전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 전제란 영화제가 진정한 축제로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활발한 상호교류와 작용이 이루어지는 공공의 영역을 확실하게 확보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앞서도 언급했던 지자체의 전시행정성의 치적용 영화제들이 실존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고, 그러한 사태가 발생했었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이 상호교류와 작용이 이루어지는 장으로서의 축제여야 할 영화제가, 지자체 혹은 기관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성과와 결과주의로 예단된 전시행사로 전락되면서 발생했던 사태이자 문제였다는 점은 분명한 주지의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음 지면부터는 이에 대한 측면을 살펴보며 우리 지역의 영화축제의 가능성과 그러한 가능성을 현실화 하는데 필요한 기반을 조성하는데 있어서 무엇이 필요 할지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고자 한다. 민병훈 대전독립영화협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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