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보건의료정책분야에도 큰 변화가 예상되며 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경제활성화법(규제프리존법, 서비스 산업 발전 기본법 등)을 통해 보건의료 전반의 규제완화를 통한 의료산업화를 지향해온 반면 문재인 정부의 보건의료정책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의료 영리화 저지 및 의료공공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보건의료공약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의료비 `본인부담 100만 원 상한제`이다. 이것은 한 해 동안 환자 한 사람이 내야 하는 본인부담 의료비의 총액 상한을 100만 원으로 정하고, 그 금액을 넘는 의료비는 국가가 책임지는 제도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형식적으로 본인부담 상한제가 있다. 그러나 고액진료비 환자의 경우, 본인부담 의료비는 법률에 정하는 상한액보다 훨씬 더 많다. 그 이유는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신의료기술과 같은 비급여 진료비는 본인부담 상한제에서 제외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선진 복지국가를 비롯한 많은 국가들에서 운영하고 있는 본인부담 의료비 상한제는 상한액이외에 추가로 부담하는 비급여 진료비가 없다. 프랑스·스웨덴·네덜란드·호주 등은 연간 의료비 상한액은 20만-50만 원에 불과하다. 독일은 연간 본인부담 의료비가 총소득의 2%를 넘어서면 약제비 등의 본인부담이 면제되고 치과 보철과 의치에 대한 비용 분담액도 경감된다. 아시아에선 대만이 연간 160만 원 수준의 본인부담 상한제를 시행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의료비 `본인부담 100만 원 상한제`는 비급여 진료비를 모두 포함하여 연간 본인부담의료비 상한액을 100만원으로 정하자는 제안으로, `건강을 가장 기초적인 욕구이자 기본적인 권리로 인식하는 중복지 국가`라는 목표 아래 제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계획이다. 국민의료비에서 공공재원 비율을 OECD 국가 평균 수준으로 확대하고 건강보험 보장률을 최대 90% 수준까지 확대하는 목표를 담았다.

지난 2월 필자는 이를 위한 해법으로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 국고 지원 정산 제도 변경과 더불어 건강보험료 20~25% 인상을 제안한 바 있다. 결국 건강보험 재정의 주된 재원이 건강보험료이기 때문에 건강보험료의 인상이 불가피하다. 추가 재원 중 건강보험 가입자가 50%를 부담하고 나머지는 고용주와 정부의 부담이다. 그래서 지금 자신이 내고 있는 국민건강보험료를 평균 금액으로 1인당 약 1만 원, 가구당 약 3만 원 정도를 더 내면 여기에 사용자와 정부의 법정 기여금이 더해져 `100만원 상한제`가 가능해진다. 현재 88%의 가구가 매월 평균 30만원 씩 내고 있는 민간의료보험료의 10%만 국민건강보험료로 더 낸다고 생각하면 된다.

건강보험을 중심으로 의료비 걱정 없는 평생건강서비스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OECD 회원국 평균 수준으로 확충해야 하며 현행 건강보험의 저부담-저수가-저급여 체계에서 벗어나 적정부담-적정수가-적정급여 체계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낮은 수준의 의료수가는 의료기관의 경영을 악화시켜 고가의 비급여 진료를 늘리는 기전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본인부담금이 줄어들면 의료비 지출이 지금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으나 과다이용-과다지출의 경우는 제도의 보완으로 막을 수 있다. 우선 `본인부담 100만 원 상한제`가 실시되면 대부분의 비급여 진료가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심사와 평가를 거쳐 국민건강보험의 통제를 받게 되므로 기존의 과잉진료가 줄어든다. 이에 더해 과잉진료를 유발하는 현행 행위별수가제의 비중을 줄이고, 입원 질환별로 진료비가 결정되는 포괄수가제와 인두제 그리고 성과지불방식를 확대해 나가면 의료의 질을 낮추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의료이용을 유도할 수 있게 된다.

본인부담 상한제는 이미 선진 복지국가에서 그 효과가 입증되고 있으며 고령사회 노년기의 빈번한 질병에 대한 기본적인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보건의료 분야 정책공약 중 `건강보험 하나로` 의료비를 해결하기 위한 본인 부담 100만 원 상한제 도입이 하루 빨리 실현될 수 있기를 고대해 본다.

유미선<충남대학교병원 약사·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본 칼럼은 복지국가소사이어티와의 합의 하에 관련 자료를 인용하였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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