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순수한 사람만이 맛있는 수프를 만들 수 있다."(루드비히 반 베토벤)

베토벤이 말한 단어 수프(soup)는 음악을 지칭한다. 음악을 요리에 비유한 명언, 여기서 수프는 바로 요리를 총칭한 것, 곧 수프는 요리의 기본으로 통한다. 사실 수프를 이야기 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은 `서민`, 풍족하지 못한 서민들을 위한 음식이었다는 설명이 꼭 뒤따른다. 수프가 탄생하게 된 것도, 오랜 시간이 지나 딱딱해진 빵을 부드럽게 먹기 위해 야채 끓인 물에 적셔 먹던 것에서 착안됐다. 이런 고급스럽지 못한 요리라는 인식 때문에 프랑스 정찬코스에서 빼버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메인 음식이 나오기 직전 마지막으로 입맛을 최상으로 돋우고 위를 보호해주는 역할을 하는 수프를 빼버리는 것은 그닥 좋은 결정은 아니다. 프랑스식 수프는 크게 포타주(potage)와 콩소메(consomme), 이렇게 둘로 나뉜다.

둘의 차이는 농도와 투명도인데 포타주는 걸쭉하고 불투명한 반면 콩소메는 맑고 투명하다. 포타주는 재료를 갈아만든 퓨레를 활용하거나 밀가루를 이용한 루(roux)에 크림을 첨가하는 방식으로 걸쭉하게 만들어 주는데 후자가 흔히 서양 음식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크림수프이다. 콩소메는 프랑스 요리의 기초가 되는 수프로 프랑스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Le cordon Blue)`의 첫 수업에서 바로 이 콩소메를 다룬다. 다진 고기와 야채, 향신료 등을 넣고 뭉근히 오랫동안 끓여 걸러낸다. 맑고 투명한 국물을 내기 위해 계란 흰자를 이용하는데, 슬슬 끓여 주는 수프에 흰자를 넣게 되면 불순물이 달라 붙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고기를 오랫동안 끓였기에 단백질은 풍부하며 마지막에 걸렀기 때문에 지방함량은 적은 것이 콩소메의 특징.

아뮤즈부슈, 오르되브르 그리고 수프를 거치며 준비가 된 혀와 위는 이제 프랑스 정찬 메인 요리를 만날 준비가 됐다. 메인의 첫 번째 주인공은 바로 `푸아송(poisson)`이다. 생선요리를 말한다. 지중해와 대서양을 끼고 있는 축복적인 지형 덕분에 예부터 다양한 해산물 그리고 그에 맞는 요리법이 개발됐다. 가자미, 농어, 연어 등을 사용하고 바다가재 같은 갑각류, 굴, 홍합 등의 조개 등도 함께 쓸 수 있다. 푸아송이란 말은 불어로 물고기를 의미한다. 푸아송의 대표메뉴는 바로 `솔 뫼니에르(Sole Meuniere)`, 가자미 버터구이라 생각하면 쉽다. 포 뜬 가자미에 밀가루를 묻히고 버터에 노릇노릇 구워낸다. 다 구운 가자미를 꺼낸 후 프라이팬에 남은 생선 액기스와 파슬리 가루, 레몬즙을 넣고 졸여 소스를 만들어 함께 대접한다. 뫼니에르란 이름은 이 조리법을 만든 방앗간여인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우리네 식탁의 클라이막스는 갈비찜, 불고기 등의 빨간 고기요리, 혹은 삼계탕, 닭 볶음탕 등의 가금류 요리다. 프랑스 정찬의 핵심인 비앙드(viande) 또한 마찬가지. 이제 식탁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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