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출범했다. 지금 지역문화예술계는 새 정부의 지역문화정책 향배에 예리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는 지난 정부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파생된 지역 문화예술계의 트라우마가 심상치 않고, 문화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전국 15개 광역지방자치단체 문화재단이 함께 만든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도 지역 문화예술계의 정서를 감안하여 지난 5월 `새로운 시대, 새로운 문화정책`주제로 정책포럼을 개최했다. 광역문화재단 협력과 연대의 중요성, 새 정부가 나가야 할 문화정책 방향에 대해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졌다.

새 정부의 지역문화정책 방향에 대해 여러 가지 논의와 주장이 있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권, 다양성, 자율성을 기조로 하는 새로운 지역문화정책 프레임워크를 새롭게 만들 필요가 있다.

우선 향후 지역문화정책이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거시적인 틀 속에서 재정립되어야 한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문도 기본적으로 중앙집권적인 지역문화정책이 낳은 소산이다. 근원적인 문제는 지역문화예술단체와 예술인 지원예산이 중앙으로부터 수직적 배분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있다. 향후 지역문화예술단체·예술인 지원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정신에 따라 지역에 보다 많은 권한과 역할을 주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중앙과 지방의 수직적 배분이 아닌 수평적 배분방식, 중앙의 일방적 시혜나 지원이 아닌 중앙과 지방의 협치와 협력을 통한 지원모델이 정착되어야 한다.

두 번째로 새로운 지역문화정책은 문화의 다양성을 중요한 정책기조로 삼아야 한다. 문화의 다양성은 전 세계 문화의 보편적 가치다. 유네스코는 2015년 이후의 유엔개발의제를 다루면서 문화의 다양성을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룩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또한 유네스코는 매년 5월 21일을 세계 문화다양성의 날로 정하고, 다양한 행사가 전 세계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우리가 남과, 다른 사회와, 다른 국가와 다르다는 차이를 인정하고 상호 존중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문화가 꽃 피우게 될 것이다.

지역문화의 다양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하나의 장치로 현행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른 문화도시를 조기에 조성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지역문화진흥법 제15조는 문화부장관이 지역문화자원을 활용한 지역발전을 촉진하기 위하여 문화예술·문화산업·관광·전통·역사·영상 등 분야별로 문화도시를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문화도시가 전국 광역시·도에 조기에 조성된다면 지역의 문화적·역사적 정체성, 창조성, 예술성이 크게 신장되고, 새 정부가 추구하는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 목표도 동시에 달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지방분권과 문화의 다양성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세 번째로 문화재단이 지역문화를 육성하는 데 있어서 보다 강화된 자율성과 독립성을 가져야 한다. 물론 투명하고 공정한 인력운영과 예산집행은 기본으로 전제되어야 한다. 한국광역문화재단연합회 정책포럼에서도 새 정부에서는 문화재단이 예산집행과 업무과정에서 독립성과 자율성이 확고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제시되었다. 이미 오래 전에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자리 잡은 `팔길이 원칙(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이 지역문화재단 운영에 있어서도 적용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새 정부가 분권, 다양성, 자율성을 기조로 하는 지역문화정책을 펴나간다면 대한민국 전체의 문화역량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고, 우리 모두가 희망하는 지역문화의 전국화와 국제화도 한층 앞당겨 지게 될 것이다. 인병택 세종시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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