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5월 22일 4대강에 건설된 16개의 보의 수문을 전면적으로 개방하고 우선 6월 1일부터 6개 보(洑)의 수문을 열겠다고 선언하였다. 그리고 이들을 시범적으로 운영하여 모니터링한 다음 나머지 10개 보의 수문개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국토교통부에 있는 수자원국을 환경부로 이관하는 정부조직의 개편도 추진하여 물 관리의 일관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였다.

물 관리 일원화는 전문가들의 오래된 바람이기도 하고, 이와 관련한 여러 법안이 여러 차례 제안되었으나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되는 과정을 그동안 반복해왔다. 물 관리에 관한 주도권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가진 정부 내 관련기관의 비협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2015년과 2016년에 새롭게 제안된 몇 개의 물관리기본법(안)에서는 유역별로 물을 관리할 것(유역단위의 물 관리 원칙)과, 수량과 수질 및 수생태계를 통합하여 관리할 것(물의 통합관리 원칙)을 골자로 하고, 유역(또는 권역)별로 유역(또는 권역)물관리위원회를, 국가단위로는 국가물관리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물 관련 행정기관의 통합을 요구하고 있기도 하지만, 그간 정부조직의 통합이 어려웠던 점등을 고려하여 국가물관리위원회를 신설하여 각 부처에 분절적으로 흩어져 있는 물 관리 업무를 통합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하는 것이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행정기구의 개편에는 충분한 논의와 단호한 결정이 필요해 보인다.

보의 수문을 연다는 발표가 나온 이후 몇 가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데, 그 중 시급한 것은 농업용수의 공급에 관한 문제이다.

농업용수의 경우, 4대강 사업 이전에 건설된 취수장의 취수구가 4대강 사업으로 진행한 대규모 준설로 인하여 바닥(하상)이 낮아져서 취수구의 위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진 탓에, 수문을 개방하게 되면 수위가 낮아지게 되어 취수가 어렵게 된다. 과도하게 준설하지 않았거나 보를 만들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을 문제이다. 그러므로 보의 수문을 개방하여 수위가 낮아져서 농업용수를 쓸 수 없게 된다면 그것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4대강 사업이 만들어낸 문제이다. 보로 인하여 정체된 수역이 만들어졌고, 이 때문에 조류(녹조류 또는 남조류)가 발생하고 있어서 수문을 개방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었고, 이러한 의견을 새로운 정부가 수용한 결과가 6월 1일에 6개 보의 수문을 상시 개방하겠다고 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보 수문의 개방은 당연히 필요한 조치이다.

그런데, 근래의 가뭄은 수자원 관리에 매우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2014년부터 시작한 가뭄이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어서 물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특히 충남의 경우 최근 몇 년간 연속적으로 가뭄이 발생하였고, 유수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현저히 낮으며, 서해안 지역의 보령시·서산시·당진시·부여군·서천군·홍성군·예산군·태안군은 보령댐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서 보령댐의 저수량이 줄어들면 용수공급이 어려워지는 한계를 갖고 있다.

가뭄은 비정상적인 기상현상에 기인하는 것이므로, 인위적으로 조절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다. 인공강우 등의 대안도 모색되고 있으나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가뭄을 극복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와 있지는 않다. 그러므로 매우 제한된 방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간 가뭄의 극복방안으로 제시된 방법으로서는 △송수과정에서 발생하는 누수량을 줄여서 유수율(정수장에서 생산하여 공급된 총 송수량 중에서 요금수입으로 받아들여진 수량의 비율)을 높이는 방안 △지하수의 이용을 체계화하고 과학적으로 관리하여 중요한 수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 △상수원을 다변화하여 이용 가능한 용수량을 증가시키는 방안 △해안지방에서는 해수를 담수화하여 용수를 공급하는 방안 등이 제안되어 왔다. 이러한 방안들은 많은 예산과 시간을 필요로 하는 사업이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항은 이 가뭄을 어떻게 겪어낼 것인가이다. 현재 보령댐의 저수율은 10%정도이고, 이것만으로는 물 부족을 해결할 수 없어서 당진과 서천에는 대청댐과 용담댐의 물을 공급하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보의 수문을 개방한 후에도 농업용수를 금강에서 취수하기 위해서는 취수구의 위치(높이)를 낮추어야 한다. 현재의 상태로 공주보 상류에서 농업용수를 취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수위를 겨우 20㎝정도 낮출 수 있을 뿐이다. 이 정도로 수위를 낮추어서는 기대하는 만큼 조류의 발생을 감소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수문을 전면 개방하기 위해서는 4대강 사업 이전에 금강으로부터 취수하여 용수를 사용하던 취수장을 보의 수문을 개방한 후에도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도록 취수장 시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수문을 상시 개방하기 전에 이런 사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농업용수는 9월이 지나면 거의 사용하지 않을 것이므로, 9월 이후에 취수장 시설을 개선한 다음 10월쯤부터 수문을 완전히 개방하는 방안도 현실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물을 이용하고 있는 이해 당사자들의 불편을 외면할 수 없다. 내년 이후에 나머지 10개 보의 수문을 어려움 없이 개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면밀하고 체계적인 보 수문개방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 정부의 관련 부처, 물 이용자들 사이에 충분한 토론과 검토가 진행되어야 한다. 토론과 검토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것이 다소 느리고 답답해 보일 수 있지만, 예상되는 문제점을 사전에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새 정부는 수문 개방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현재의 물 사용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실행 가능한 해결방안을 찾기를 바란다. 지나치게 서두른 나머지 불필요한 오해나 저항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지혜롭게 해법을 모색해주기를 당부한다. 가뭄의 고통을 겪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허재영 충남도립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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