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대립군
대립군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사도`(2015)처럼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가미한 팩션 사극인 `대립군`.

영화 대립군은 임진왜란 당시 `파천`(播遷)한 아버지 선조를 대신해 왕세자로 책봉되어 `분조`(分朝)를 이끌게 된 `광해`와 생계를 위해 남의 군역을 대신 치르던 `대립군`(代立軍)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1592년 4월(선조 25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외세의 침략에 미처 준비가 돼 있지 않던 조선은 국가적 공황 사태에 빠진다. 당시 선조는 왜군의 침입에 도성을 버리고 명나라로 피란하기로 결정하는데, 이를 `파천`이라고 한다. 현재까지 역사 관계자들이 선조라는 임금에 대해 조선 시대를 통틀어 가장 `애민정신`이 부족했던 왕 중 한 명으로 평가하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사실에 기인한다. 영화는 임진왜란에 관계된 각종 역사적 사실을 모티브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선조는 어린 광해(여진구)에게 조정을 나눈 분조를 맡기고 의주로 피란한다. 임금 대신 의병을 모아 전쟁에 맞서기 위해 머나 먼 강계로 떠난 광해와 분조 일행은 남의 군역을 대신하며 먹고 사는 대립군들을 호위병으로 끌고간다. 대립군의 수장 `토우`(이정재)와 동료들은 광해를 무사히 데려다주고 공을 세워 비루한 팔자를 고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다. 하지만 정체불명의 자객 습격과 왕세자를 잡으려는 일본군의 추격에 희생이 커지면서 서로 간에 갈등은 점점 깊어만 가는데….

전쟁 한가운데 나라를 버린 아버지를 대신해 조선을 지키며 분조 행렬을 이끌어야 했던 광해의 이야기는 지금껏 우리가 알지 못했던 사실이다. 나약한 왕 광해가 이름 없는 대립군과 함께 험난한 여정을 경험하면서, 비로소 백성을 사랑하는 왕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은 영화의 백미다.

역사 속 대립군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광해라는 흥미로운 인물이 만난 영화는 철저한 고증 아래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해 탄탄한 이야기를 구축했다.

대립군이라는 소재 역시 실존했던 이들에서 착안했다. 대립군은 주로 험준한 국경에서 남을 대신해 군역을 치렀던 이들로 천민이 대부분이었다. 영화 속 "나라가 망해도, 우리 팔자는 안 바뀌어"라는 토우의 대사가 그들의 낮은 신분을 대변한다. 영화는 이들이 조선시대 의병의 시발점이 되었을지 모른다는 흥미진진한 상상력을 담아 역사의 인과관계에 대한 필연적 계기를 만든다.

영화는 조선에서 가장 신분이 높은 왕과 백성 중 가장 낮은 신분에 속하는 대립군이 여정을 함께 하면서 부딪히고 가까워지는 과정 속 이들의 호흡을 심도있게 다뤘다. 특히 적과 맞서 싸워야 했던 처절하고 극적인 상황은 이정재, 여진구, 김무열 세 배우의 조선판 브로맨스(Bromance)를 극대화했다.

극한의 상황에서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렬한 공통분모를 통해 운명 공동체를 만들어 나간다.

`잘생김`을 버리고 대립군으로 돌아온 이정재는 천민으로 천대를 받고 살면서 자연스레 갖게 된 살기를 뿜어내면서도 왕을 보좌해야 한다는 충성심을 가진 백성을 녹여냈다. 시대극 `관상`에서 그가 보여준 아우라는 이번 영화에서는 철저히 캐릭터와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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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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