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첫 국무총리 인선을 놓고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이낙연 후보자 부인의 위장전입 문제가 발목을 잡은 탓이다. 위장전입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약속한 `공직배제 5대 원칙`중 하나다. 당연히 배제대상이지만 그러한 흠결이 있음을 알지 못했던 모양이다. 조기대선으로 당선 후 곧바로 취임하는 바람에 인수위 기간을 거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사 검증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후보자를 인선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인사검증이 미흡했다고 할 수 있다.

조각에 제동이 걸리자 대통령 비서실장이 나서 사과를 했다.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해 죄송하다, 인사 청문위원들께도 송구한 마음과 함께 넓은 이해를 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빵 한 조각, 닭 한 마리 얽힌 사연이 다 다르듯 관련 내용 또한 들여다보면 성격이 아주 다르다"고 덧붙였다. 인사원칙을 지키지 못했지만 내용이나 성격이 다르다는 뜻인 듯하다. 뒤이어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고위공직자 임용기준안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기준이 현실에 맞는지,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게 옳은지 살펴보겠다는 뜻이다. 논쟁의 핵심인 위장전입이 엉뚱하게 `잣대` 논란으로 흘러버렸다. 결국은 문 대통령이 나서 국민과 야당에 양해를 구한 끝에 총리후보자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다.

과거 새 정부 출범 후 총리인사에서 야당의 힘 겨루기나 발목잡기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부동산 투기 등 문제로 낙마한 경우도 있지만 다른 법안의 처리나 폐지 조건이 충족된 뒤 인준안이 통과된 사례도 있다. 하지만 이번 총리 인준문제는 과거와는 엄연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새 정부의 청와대와 내각 인사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야당에서도 "인사가 파격적이다, 신선하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과거처럼 트집 잡기 행태를 보였다간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그렇다고 해도 야당으로선 드러난 흠결을 모른 척 하고 넘어갈 수는 없고 그야말로 진퇴양난이 아닐 수 없다.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자 가운데 이 총리후보자만 논란 대상은 아니다. 인준대상은 아니지만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도 위장전입 사실이 드러났다. 다른 후보자도 청문회에서 어떤 흠결이 드러날지 알 수는 없다. 그때마다 `5대 원칙`이 너무 엄격하고 가혹하다고 주장할 수는 없는 일이다. 취임 초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무기로 얼렁뚱땅 넘어갈 수는 있다. 그게 과연 문 대통령이 꿈꾸어왔던 새 정부의 모습일지는 고민해봐야 한다. 누가 봐도 논란의 원인부터 제거하는 게 순리에 맞는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하면 로맨스고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자가당착의 고리를 영원히 끊어낼 수가 없다.

원칙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공직배제 5대 인사원칙`은 단순한 선거공약이 아니라고 본다. 최소한 이것만은 지키겠다고 한 국민 앞의 다짐이다. 누구의 강요에 의해서 마지못해 약속한 것을 추호도 아닐 것이다. 뒤늦게 흠결이 드러나 몰랐다고 해도 원칙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철저하게 검증하지 못한 것을 자책해야 될 일이지 `별것도 아닌 것`을 문제 삼는다고 남을 비난할 것은 아니다. 결점은 적고 장점이 많은, 그래서 참으로 놓치기 아까운 인재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너무 야박하다는 시각도 있을 것이다. 조기 대선으로 출범한 새 정부가 빨리 자리를 잡도록 한 번쯤 넘어갈 수가 있지 않느냐는 생각일 것이다. 일리가 있기는 하지만 배려나 협조는 남을 위해서 하는 것이지 나를 위해 요구할 수는 없다. 원칙은 남보다 자신에게 엄격해야 한다. 원칙이 한번 무너지면 걷잡을 수가 없다. 앞선 정부에서, 더 앞선 정부에서 보여주지 않았던가. 문 대통령이 `5대 원칙`을 공약으로 내세운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내가 지키지 못한 원칙으로 인해 남들까지 딜레마에 빠지게 해서는 안 된다. 새 정부의 첫 인사원칙은 더욱 그렇다. 결국은 결자해지(結者解之)해야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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