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 인터뷰

정세균 국회의장은 취임 1년을 맞아 대전일보를 포함해 전국 유력 지방신문사로 구성된 한국지방신문협회와 공동 인터뷰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정 의장은 지난 1년간을 되돌아보고,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의 국회 운영방향 등에 대해 소개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사항인 세종시 국회 분원 설치와 개헌안에 `행정수도=세종`을 명시하는 것에 대한 소신을 피력하기도 했다. 다음은 정 의장과의 일문일답

- 국회의장으로서 취임한 지 1년이 됐다. 소회는?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왔다. 여소야대의 다당제 국회를 원만히 운영하기 위해 노력했고,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국가적 위기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했으며, 평화롭고 안정적으로 정권이 교체되는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국정 공백이라는 꽤 오랜 기간의 국가적 위기사태에서 정국 안정을 위해 국회의장이 할 수 있는 역할에 충실했다고 자평한다."

- 구체적인 성과를 소개해주시고,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뭔가.

"정부·여당과의 마라톤 협상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문제를 해결했고, △예산안 처리 헌법기한 준수 △개헌특위 설치 △역대 국회 첫 해 법률안 처리실적 1위 등 많은 성과가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탄핵소추안 통과 때인데, 다시는 이러한 국가적 불행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가장 보람 있던 일은 예산안 처리 마지막날까지 줄다리기 했지만, 단호하게 요구해 관철시킨 국회 환경미화원 직접고용 실현이다. 국회부터 시작해 공공부문, 민간기업까지 고용안정의 계기가 되길 희망 한다."

- 이미 많이 실천했지만, 여전히 국회의원 특권을 더 내려놓아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취임 직후부터 정치권에 대한 신뢰회복을 위해 특권내려놓기추진위원회를 만들어 실천했다. 위원 전원을 외부 인사로 구성해서 과거의 셀프개혁과는 차원이 다른 접근을 했고, 실제로 민방위 면제, 불체포특권 폐지, 증인신청실명제 등을 개선하고 실현했다. 국회의원 친인척 보좌진 채용 제한도 특권 내려놓기 추진 성과다. 현재 의원들의 수당과 관련된 부분도 법제화 하려고 하고 있다. 국회의 특권 내려놓기가 국회에서만 끝날 게 아니라, 행정부, 공공기관, 민간 등으로 전파돼 사회 전체의 변화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국회의장으로서 세종시 국회 분원 설치에 대한 입장은?

"궁극적으로 국회 분원이 아니라 국회 자체가 세종시로 옮겨가는 게 옳은 방향이다. 다만, 지금으로서는 국회를 옮기는 문제는 개헌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분원 설치에 국한된 이야기들이 나오는 상황이다. 국회 분원은 첫째 여야 등 구성원들의 합의와 국민적인 공감대가 필요하다. 또 국회는 특정지역의 연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입법활동의 최적화, 의정활동의 최적화 등을 따져 어떤 것이 더 실효성이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국회와 세종시가 공동으로 그 실효성에 대해 용역을 추진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통해 실효성이 인정되면 추진하되 만약 예산만 낭비하는 것이라면 재고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또 현재 추진 중인 개헌안에 수도이전이 포함된다면 분원설치 등의 문제는 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안인 만큼, 그 이후 논의하게는 게 합리적이다."

- 대통령께서 국민께 약속한 사항이다. 분원이 설치되면 활용계획은?

"일단 본회의는 어려울 것 같고 우선 상임위원회 활동을 생각하고 있다. 국회 보좌인력이 다 안 가도 해볼 수 있다고 하면 할 수 있지만, 아직 다 연구가 안 된 것이기 때문에 검토해봐야 한다. 대통령께서 약속했더라도 정부에서도 총체적으로 검증해보고, 예비타당성조사도 해보고 추진해야지 주먹구구식으로 할 일은 아니다."

- 내년 지방선거 전 개헌에 대한 전망은?

"정치권과 국민들이 개헌에 대한 의지가 강하고 특히 문재인 대통령도 개헌에 대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개헌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20대 국회시작과 동시에 개헌의 필요성을 이야기했고 여야합의를 통해 개헌특위를 만들었다. 대통령 탄핵 사태 등으로 지금의 권력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에 국민과 정치권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모두가 원하고 있고, 적극적이며, 또한 내용을 만들고 실행을 하기 위한 기구도 가동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 지방분권 강화와 행정수도를 헌법에 명시하는 것에 대한 입장은.

"지속적으로 지방분권을 강조해왔다. 국가경쟁력은 지역경쟁력을 바탕으로 높일 수 있고, 지역경쟁력은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으로 높일 수 있다. 현재 국회 개헌특위에서는 권력구조, 기본권 등과 함께 지방분권을 주요 과제로 개헌 방안을 논의 중이다. 지방분권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개헌이 되어야 한다. 개헌 시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명시하는 부분은 국민적 합의가 중요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와 여야정치권이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다."

- 권력구조 개편 방향은.

"전문가 집단과 국민들의 의견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분권형 대통령제와 4년 중임 대통령제가 가장 선호하는 권력구조로 여러 조사에 나와 있다. 어떤 방식이든 현재의 대통령제, 즉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선하는 것은 필수다. 단임제에서 중임제로 바뀌면서, 또는 분권형이라고 해놓고 실제 주요 권력은 그대로 대통령이 갖게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또한 기본권, 지방분권, 경제민주화, 선거제도 개혁까지 함께 이뤄져야 미래를 준비하는 개헌시너지가 생긴다고 본다."

- 선거구제 개편도 개헌과 함께 논의대상이다.

"국회의장으로서 여야의 협의와 국민적 합의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개인적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다만, 선거구제 개편은 권력구조 개편과 연관이 되어 있다. 따라서 개헌특위에서 논의되고 있는 권력구조 개편과 가장 잘 어울리는 선거구제를 여야가 함께 협의해서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10여 년만에 진보정권이 출범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을 평가하신다면?

"진보정권이 출범한 것 자체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 의해 전 정부를 심판했고, 또 국민들에 의해 평화적으로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국민들은 대통령 및 주변 인물들의 상상을 뛰어넘는 경악할 행동들에 대해 성숙한 방법으로 주권자의 권리를 적극 행사해 평화적으로 정권을 교체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국민들의 뜻을 받들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국회도 적극 지원하겠다."

-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제언을 하신다면.

"대한민국이 가장 힘든 시기에 권력을 이양 받아 국정을 운영하는 정부가 됐다. 청와대나 정부만 고민할 것이 아니라 국회와 야당, 그리고 국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해결하는 소통과 협치의 문화가 정착되길 바란다."

- 앞으로 국회 운영 방향은?

"구도는 복잡하지만 일하기 위해 소통과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여야 간 협치를 위해 원내대표단과 국회의장이 매주 월요일 정례적으로 만나는 것을 제안했고 각 당에서 호응을 해서 지금 매주 월요일 국회 운영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국정 협의, 여야 협의를 위해 최선 다 할 것이다."

- 정치인으로서 신념이나 좌우명 같은 게 있다면.

"첫 번째가 유능이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사회를 변화시키기 어렵다. 두 번째는 신뢰다. 박근혜 정부가 무너진 가장 큰 이유가 국민들로부터 신회를 잃었기 때문이다. 정치에 있어 신뢰는 생명과도 같다. 세 번째는 소통이다. 가만히 앉아서 중립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의견이 다른 집단과 소통하면서 최선의 결과물을 내야 한다."

- 국민들께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국회의장은 영어로 체어맨(chairman)이 아닌, 스피커(speaker)다. 가장 상석에 앉아 권위를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국민의 말씀을 대신 전달하는 사람이다. 민의를 전달하는 사람으로서, 여야 및 정부와 소통하고 궁극적으로는 주권자인 국민들과 소통해야 한다. 남은 임기 최선을 다해서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를 만들겠다." 서울=송충원 기자

결잔력 강한 `미스터 스마일` 행정수도 공약 발표 장본인

정세균은 누구인가?

샐러리맨 출신의 대표적 경제정책통으로 15대 총선거을 통해 정계에 입문한 뒤 내리 6선에 성공했다. 대표적 별명은 `미스터 스마일`이다. 신사다운 의정활동을 펼친 국회의원에게 수여되는 백봉신사상을 6차례나 수상했을 정도로 부드러운 리더십의 대명사가 됐다. 또 강인한 결단력까지 갖춰 당 위기 상황 때마다 구원투수로 나서거나 추대돼 당 대표를 3번 역임한 이력의 소유자다.

충청권과도 인연이 깊다. 우선 행정수도 공약을 발표한 장본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함께 대전으로 내려와 차트를 그려가며 직접 발표했고, 이후 주요 인터뷰 및 토론을 도맡았다. 행정수도 특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킬 때 여당 원내대표로서 야당의 거센 반대를 이겨냈다.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 이후 행정수도특별법은 사라지고 행복도시로 바꿀 때는 당 대표로서 행복도시 특별법 통과를 주도했다. 지난해에는 명예세종시민증을 수여받기도 했다.

△1950년 전북 진안 출생 △전주 신흥고교 △고려대 법학과 △미국 페퍼다인대학교 경영학 석사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 △열린우리당 정책위 의장·원내대표·의장 △산업부 장관 △민주당 대표 △15-20대 국회의원 △20대 국회 상반기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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