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단체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아까운 시간과 돈을 들여서 잘 모르는 단체 구성원들과 일정 기간 함께 어울린다는 게 여간 곤욕이 아니다. 게다가 촘촘하게 짜인 일정의 틀에 갇혀 지내야 한다는 게 싫다. 사실 자유자재로 일정을 조율해 편안한 마음으로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닐 수 있어야 비로소 여행의 진가가 극대화 된다.

그럼에도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불가피하게 단체여행에 합류해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천성적으로 단체여행을 무난하게 수행해낼 체질이 아닌데도 불가피한 단체여행에 합류하다 보면 때로는 뜻밖의 성과를 얻고 여행의 감동을 향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얼마 전 관광대국 태국의 수도 방콕에서 열린 국제회의박람회에 참석했다가 `행사 후 초청여행(포스트 스터디 투어)` 프로그램 중 평상시 관심이 큰 태국 중부지역 코창(Koh Chang·코끼리 섬) 3일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한 전 세계에서 온 40여명의 관광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한 이 단체여행을 통해서 참가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들과 함께 여러 일정을 소화하며 이런 저런 다양한 이슈에 대해 대화를 나누다 보니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여행·관광에 대한 식견을 새롭게 할 수 있어 좋았다. 무엇보다도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국제 공용어인 영어로 의사소통하면서 자연스레 의사소통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것도 좋았다. 이 단체여행의 참가자들 중 한국인으로서는 청일점이다 보니 자연스레 한국관광의 매력과 장점을 알리는 민간외교관의 역할도 수행했다. 사실 예전에 어느 관광 관련 국제회의에서 만난 인도의 한 여행업자는 내가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니 대뜸 "북한이냐"고 물어와 충격을 받은 적도 있다. 해외 테마여행을 하면서 아직도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코리아` 하면 늘 해외토픽에 자주 등장하는 테러 자행국가 `북한(노스 코리아)`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아 곤혹스럽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에 나가 자연스레 외국인과 교류하면서 한국문화의 우수성과 매력을 널리 알린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결국 해외여행 중에 현지인 또는 외국인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스스로 민간외교관으로 활약하게 되고 어느 순간 애국자가 되고 만다.

당시 국제 수준의 리조트에서 여장을 풀며 원시 대자연 탐사체험 프로그램을 즐기는 그 여정 중에서 첫째 날 오후 3시 30분부터 1시간 가까이 현지의 아주 자그마한 방 바오(Bang Bao) 초등학교를 방문해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이 가장 뜻 깊었다.

현대문명의 때가 전혀 묻지 않은 순진무구의 어린 학생들은 낯선 여행자들을 수줍어하면서도 극진하게 맞아주었다. 그리고 일부 어린 여학생들은 태국 전통복장으로 예쁘게 단장을 하고 전문적이지 않지만 정성들여 준비한 전통 춤 공연을 선보였다. 전통공연을 관람하고 나서는 이 스터디 투어 참가자들이 정성들여 준비한 간단한 옷가지 등의 선물을 전달했다. 그리고 이 투어를 기획한 태국 국제회의진흥청에서 마련한 학습용 컴퓨터 구입기금 전달식도 함께 열렸다. 말하자면 주마간산 식의 일반 패키지여행이 아닌 수준 높은 인센티브(포상) 단체여행을 하면서 여행경비(수익금)의 일부를 여행지 현지의 어린 학생들의 학업능력 향상을 위한 기금으로 기부하는 셈이었다. 그저 단순히 나 혼자만 즐기는 단체여행이 아닌, 여행지의 어려운 여건에 처한 미래 지구촌의 꿈나무들에게 미력하나마 희망을 선사한다는 것은 보람 있는 일이었다.

이렇게 여행을 하면서 외국인은 물론 현지인들과 진솔한 마음으로 소통한다는 것은 여행의 또 다른 진가이자 즐거움이다. 이것이 바로 미래의 바람직한 공정여행(Fair Travel)의 한 모델케이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수근<자유여행 칼럼니스트>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