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자 권정생 선생 작고 10주기 맞아 의미 더해"

김환영 화백이 대전 대흥동 미룸갤러리에서 권정생 작가 작고 10주기를 맞아 출간한 동화책 `빼떼기` 더미북을 들어보이고 있다. 강은선 기자
김환영 화백이 대전 대흥동 미룸갤러리에서 권정생 작가 작고 10주기를 맞아 출간한 동화책 `빼떼기` 더미북을 들어보이고 있다. 강은선 기자
"빼떼기 원고를 권정생 선생님이 살아계실 적 처음 봤는데, 울컥했지요. 너무 좋았어요. 권 선생님에게 그림책으로 해보겠다고 했는데 말씀드린 지 12년만에 출간하게 됐네요."

아동문학가 권정생(1937-2007)의 책 `빼떼기`가 작고 10주기를 맞아 그림책 작가 김환영(58) 화백의 역작으로 돌아왔다. `빼떼기`는 권 작가의 작품집 `바닷가 아이들`(1988)에 수록된 단편이다.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직전, 아궁이에 뛰어들었다가 겨우 목숨만 건진 검정색 병아리 `빼떼기`의 가슴 아픈 일생을 담은 이야기다. 불에 데이는 바람에 부리가 문드러지고 발가락도 떨어져 나가 빼딱빼딱 걷는다고 해서 빼떼기로 불리는 병아리. 이 이야기는 김 화백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빼떼기는 그가 전에 그렸던 `마당을 나온 암탉`과 화풍이 다르다. 김 화백은 "직접 관찰하며 그린 그림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라고 말했다.

김 화백은 빼떼기를 그리기 위해 경기도 가평 집 마당에 200마리의 닭과 병아리를 키웠다.

"그림은 외형만 그리는 게 아니에요. 바탕이 되는 것들, 다시 말해 본질적인 것을 어떻게 그릴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빼떼기 때부터 시작됐고 그 본질을 표현하기 위해 나름의 최선을 다했죠."

책 표지부터 속지까지 모두 64쪽에 이르는 동화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 각 `장면`을 그리느냐이다.

김 화백은 "더미북(dummy book·스케치한 상태의 그림을 엮은 가본)을 계속 그리면서 그 페이지에 맞는 장면을 선택한다"면서 "그림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보면 몽타주 효과를 갖는데, 앞장과 뒷장이 연결되는지, 어떻게 연결성을 확보하는지 굉장한 고민을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 장면은 근사한데 한 장면은 의미가 없다고 하면 책의 순도가 떨어진다"면서 "그림책의 모든 장면이 필연적"이라고 덧붙였다.

작가는 현재 충남 보령에서 산다. 그의 보령 집 마당엔 여전히 닭과 병아리가 있다. 그는 보령에 내려온 이유를 "좋은 집이 있는데 값이 싸서"라고 말했다.

대전 대흥동 미룸갤러리에서는 오는 31일까지 그의 목판화 작품 74점을 선보이는 `동심(童心)에 그린 화(畵)` 전이 열린다. 다음 달 18일까지는 서울 서교동 창비서교빌딩에서 `빼떼기` 원화 33점을 선보인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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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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