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변화와 혁신, 혁명이라는 단어를 매일 같이 듣는다. 특히 새 정부 출범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과학기술 등 전 분야에서 이러한 흐름은 더욱 거세다. 대통령 직속 신설 위원회 둘 중 하나가 제4차 산업혁명위원회인 것은 혁명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말해준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변화와 혁신, 혁명이 성공에 이르도록 인도하는 생각 방식은 없을까. 이를 찾아내기 위해 거대한 기술혁신 사례를 살펴봤다.

현존하는 기술혁신의 아이콘은 단연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 일론 머스크다. 그가 이룬 기술혁신 성과들은 모두 거대하며 진행 중인 것들도 뜨거운 관심거리이다. 대표적 혁신 성공사례로 전기차 대중화와 우주선 상용화가 있다. 시속 1200㎞로 달리는 열차 하이퍼루프, 지하도로, 인간 뇌와 컴퓨터의 연결 등은 개발 중이다. 하나 같이 패러다임을 바꾸는 근본적 혁신이다. 그것도 일론 머스크가 손을 대는 것 마다.

일론 머스크의 혁신 사고방식을 요약하면 이렇다. 우선 혁신의 목표는 경제적 이익을 넘어 인류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 만큼 원대하다. 반면 혁신 해법은 문제에 대한 기본원리 이해로부터 도출한 상식적인 아이디어들이다.

가장 큰 예로, 그는 우주선 발사 비용을 기준 대비 10분의 1로 낮춰 상용화할 수 있는 핵심 아이디어로 `재사용`을 떠올렸다. 우주선 상용화의 장애물은 무게 1㎏을 우주에 쏘아 올리는데 약 2600만 원이나 든다는 사실이었다. 일론 머스크는 로켓발사 비용이 높은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로켓을 구성하는 모든 부품을 분리하고 각 부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비를 산출했다. 그 결과 재료비가 전체의 2%밖에 안 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는 곧 로켓이 비싼 이유는 비용 상관 않고 최대 성능만을 목표로 주문 제작해 단 한 번만 사용하고 버리기 때문이라는 것을 파악했다. 해결 방법은 자연히 떠올랐다. 로켓을 재사용하는 것이다. 지난 3월 마침내 일론 머스크는 발사된 로켓을 다시 착륙시킨 후 재사용해 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로켓 재사용 패러다임이 생겼고 인류가 화성에 가는 날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세상에 없는 새로운 로켓엔진을 창조해서가 아니라 로켓 재료비 조사부터 나온 재사용 아이디어로 비용을 낮췄다는 것이다.

하이퍼루프의 핵심 아이디어는 진공튜브 안에서 열차가 달리도록 한 것이다. 열차가 공기저항 때문에 시속 500㎞ 이상으로 달리지 못한다는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공기를 뺀 튜브를 사용한다. 지하도로는 비어 있는 지하공간에 층층으로 터널을 뚫어서 만드는 개념이다. 모두 혁신의 결과는 거대하지만 해결 방법은 기본원리 이해로부터 창안한 상식적인 아이디어들이다.

필자는 일론 머스크의 혁신 사고방식을 독일, 일본의 자기부상열차 기술자들도 사용함을 경험했다. 자기부상열차 선로 건설비를 낮추기 위한 경량화 문제에 부딪혔을 때 독일, 일본 기술자들과 함께 처음으로 한 일은 몇 장의 종이, 연필, 지우개를 가지고 회의실에 모여 토론을 시작한 것이었다. 종이에 열차를 네모로 그리고 무게가 얼마인지부터 쓰면서 백지상태부터 현재 선로가 무거운 원인을 파악해 나갔다. 대학원 수준의 수학, 물리 공식이 아니라 대학교 교양 물리학 수준으로 문제를 이해하고 해법을 찾아냈다. 그런 후에야 컴퓨터로 가서 복잡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사용해 선로설계를 구체화시켰다.

반면 우리 주위의 혁신 과정을 보자. 우리는 압축성장 과정을 겪다 보니 이미 입증된 선진 기술과 제도를 충분한 기본원리 이해 없이 빨리 적용하는데 급급했다. 그러다 보니 최신, 최고, 첨단의 기술이나 정책을 동원해야만 혁신이 가능할 것 같은 강박관념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점진적 혁신 성과는 많은데 패러다임을 바꾸는 근본적 혁신 성공사례는 부족했다. 중대한 혁신이 시급히 요구되더라도 시작은 기본원리에 대한 충실한 이해에 있다. 거대한 혁신 아이디어는 때로는 상식적 수준이다. 제4차 산업혁명도 현재 우리 산업의 상태부터 철저하게 분석하면 가야할 길이 보일 것이다. 한형석 한국기계연구원 자기부상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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