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한 사립대 총장이 지난 27일 초등생 자녀의 생일파티를 자신의 아파트 단지내 광장에서 열었다고 한다. 대학총장 측은 사전에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에 공용부분 점용신청서 제출 절차를 밟은 후 당일 11시부터 3시간 가량 뷔페형식의 생일 축하행사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를 지켜본 주민들 심정은 적잖이 불편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럴 만했을 것이다. 공동주택 단지내 공간에서 초등생 자녀 생일파티 행사를 갖는 게 흔한 일은 아니라서 낯선 풍경으로 다가왔을 듯하다.

문제의 생일파티에 대해 대학총장 측이 사과했지만 이번 사례가 사회지도층 인사의 처신 치고는 부적절해 보인다는 비판을 고깝게 받아들일 일은 아니라고 본다. 공동주택 단지는 말 그대로 공용공간이다. 아이들 생일파티 등 사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할 성질에 해당한다 할 수 없을 뿐더러 설령 관리소 측에 서류상 양해를 구했다 해도 그게 해당 아파트 주민들 총의를 대신하지는 못 한다고 봐야 한다. 예외적인 경우가 있을 수는 있다. 바자회나 간이 장터를 여는 것은 주민대표자 회의를 통해 정해진 날찌와 시간대에 한해 단지내 공간 점유가 허용된다. 다소 불편이 따르더라도 주민들이 얻는 편익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대학총장 자녀 생일파티를 아파트 외부 광장에서 열었다면 다수 주민정서에 반하는 일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보통 주민들 같으면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다. 가족내 행사를 거주공간 바깥으로 확장시킨 것도 그렇거니와 출장 뷔페를 부르고 그늘막, 현수막, 놀이기구 등을 설치했다면 요란스러웠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선의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행사 주체가 현직 대학총장 측이었다면 자칫 위화감을 부를 수 있다는 부분을 간과하지 않았나 싶다.

해당 대학총장 가족은 사학운영 집안이다. 사립대, 중·고교 등을 여러 곳 보유한 사학재단의 실질적 운영 주체로 알려져 있는 사회지도층으로 간주된다. 그만큼 인재육성 등 면에서 지역사회 발전에 대한 기여 부분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아파트 광장 생일파티 건은 생각이 짧았으며 유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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