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헐버트 박사님!" 보훈의 달을 맞아 하고 싶은 말이다. 헐버트(Hulbert, Homer B.)가 1907년 헤이그 밀사 사건에 도움을 주었다는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한국과 한국인을 위해 생애를 바쳤다고 그를 평가하는 것이 더욱 적절할 것이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 양화진외국인선교사묘원에 있는 그의 묘비에는 "I WOULD RATHER BE BURIED IN KOREA THAN IN WESTMINSTER ABBEY"라고 적혀 있다. 영국 왕실의 대관식이나 결혼식 등의 행사가 진행되는 명예로운 웨스트민스터 성공회 성당에 묻히는 것보다 한국에 묻히기를 원한다는 그의 평소 유언대로 그는 한국 땅에 그의 묘를 두고 있다.

(사)헐버트박사기념사업회 자료에 따르면, 헐버트는 1909년 말 형이 목사로 있는 미국 포틀랜드의 한 교회에서 한국에 대해 강연을 하면서 "I will fight for Korean people until I die."라고 말했다. 모든 권리와 재산을 빼앗긴 한국 국민을 언제나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국민을 위해 죽을 때까지 싸우겠다는 그의 강연에서 한국과 한국 국민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를 잘 알 수 있다. 실제로 헐버트는 한국의 독립을 위해 전방위 투쟁에 나섰다. 그는 1906년 6월 22일 고종황제로부터 미국 등 9개 조약 상대국의 국가원수 방문 특사로 임명되었고, 자신이 헤이그 밀사이면서 한국인 특사를 지원하였다.

헐버트는 1886년 조선 최초 관립학교 육영공원 교사로 1893년 미국 감리회 선교사로 각각 조선에 왔고, 첫 내한 후 불과 24일 만에 "Something about Asiatic Cholera in Its Native Home"이란 글을 미국 신문 `The Republican`(더 리퍼블리칸)에 기고하여, 조선에 불어 닥친 콜레라 재앙의 참상을 알리면서 국제사회가 조선의 근대화를 지원하고 기독교 국가들이 앞장서서 도와주어야한다고 호소했다. 내한 초기 1년 동안 조선에 관한 글을 해외신문에 기고한 것이 확인된 것만 12건인데, 한국 국민과 문화의 우수성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는 조선특파원 역할을 하였다.

헤이그 밀사 사건으로 일제의 박해 때문에 한국에 올 수 없었던 헐버트는 1907년부터 1909년 사이에 미국 전역을 다니며 강연을 통해 한국 독립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호소하였고, 1911년부터 1922년까지 성인 하계 대학인 셔토쿠어 순회(Chautauqua Circuit) 강좌에서 한국의 독립을 호소하는 강연활동을 계속하였다. 1919년 파리 강화회의 기간 중에 김규식과 함께 한국의 독립을 청원하였고,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에 "What about Korea(한국을 어찌할 것입니까)?"라는 제목의 진술서를 제출하여 한국에 대한 일제의 잔학상을 고발하고 이를 미국 의회기록에 남기기도 하였다. 이 진술서에 서약하며 공증까지 받았고, 말미에 "일본이 한국의 발전을 가져온다는 궤변을 믿어서는 아니 되며, 한국이 완전히 주권을 회복하는 것만이 한국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1919년 미국에서 서재필과 이승만이 주도하여 한국 독립운동을 펼쳤던 한국친우동맹과 구미위원부의 중심적 연사로 참여한 헐버트는 일제의 폭정과 잔학상을 폭로하며 한국의 자주독립을 호소하였다. 이때 연설 횟수만 수천 번에 이르고, 청중 수는 1919년에만 10만 명이 넘은 것으로 집계되었다.

헐버트는 자신의 나라 미국이 한국에 대한 일제강점의 책임이 크다며 루스벨트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한국 독립과 국권회복의 당위성을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공공외교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기도 했다. 그는 1915년 12월 8일 뉴욕타임스에 `루스벨트와 한국`이란 제목의 글을 기고하면서 "일본은 러일전쟁 이전에 한국의 독립을 약속했지만 그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고, 루스벨트 대통령은 조미수호통상조약에 의거 미국의 도움을 호소한 고종 황제의 요청을 거절한, 정식으로 조약을 맺은 친구의 나라 한국을 배신한 사람이다"고 비판했다.

지금도 양화진에서, 또 하늘나라에서 변함없이 한국, 한국 국민과 함께 하고 계신 헐버트의 헌신과 사랑에 깊이 감사드린다. 장혜자 대덕대 영유아보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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