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삼거리는 예로부터 경상도, 전라도를 내려가 위해 반드시 지나쳐야 하는 길이었다. 경기민요로도 유명한 이 삼거리는 과거시험을 보러 가는 길목이기도, 때로는 군사적으로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했다. 천안시는 과거 1968년 당시 동남구 삼룡동 일원에 최초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한 후, 2000년 공원조성계획에 따라 공원을 세워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런 삼거리공원이 새 옷을 갈아 입을 예정이다. 천안시가 500억여원의 사업비를 들여 `명품화`사업을 추진, 역사·문화적 가치를 녹인 테마형 근린공원을 조성한다.

지난 25일에는 삼거리공원 명품화사업 조성을 위한 정책제안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자리에 참석한 토론자들은 공원 조성에 필요한 다양한 견해를 밝혔다. 교통접근성 개선, 관광객유인 콘텐츠 개발, 부지확장 필요성에 따른 예산확보 등 저마다의 정책을 제안하면서 명품화 공원 조성에 대한 열기에 불씨를 지폈다.

하지만, 시가 현재 내놓은 공원조성계획은 아쉬움이 앞선다. 그저 기존의 공원을 갈아 엎겠다는 의지로 밖에 풀이되지 않는다. 용역보고에 따르면 `삼남대로`를 공원에 형상화해 호남길, 한양길, 영남길을 테마별로 구축하고 그 가운데 삼거리주막을 모티브로 테마이야기원을 조성하겠다는 게 골자다. 또 인근 청룡공원, 한옥예정지를 잇는 보행브릿지를 연결하겠다는 게 사실상 전부다.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사업이 고작 시설·환경개선에 머무르고 있는 셈이다.

국내 공원 중 성공사례로 꼽히는 서울숲공원, 순천만정원, 부산시민공원 등의 성공요인은 `방문객`에 방점이 있다. 지역 내·외 이용객들을 철저히 분석하고 그들이 원하는 가치, 시설 등이 무엇인지 꼼꼼히 살폈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의 관찰·의견수렴, 수많은 계획 수정이 뒷받침 됐다. 이번 삼거리공원 명품화 사업도 시민들을 배제한다면 그야말로 `탁상행정`에 그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고속열차보다 완행열차에 몸을 싣고 장기간 시민들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천안삼거리공원을 명품공원으로 탈바꿈시키고 싶다면 `시설`만 명품이 아닌 `가치`로서의 명품이 돼야 한다. 문득, 이날 토론회 중 한 패널이 건넨 한 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공원의 홍보대사이자 세일즈맨, 전문가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게 명품화다."

김대욱 천안아산취재본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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