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새벽 충남 계룡대 해군본부 소속 여(女)대위가 자신의 영외 숙소에서 목을 매 생을 접는 사건이 발생했다. 군 헌병대는 이 여성 장교가 상관인 남성 대령에게 성폭행을 당한 나머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가해자로 지목된 해당 영관급 장교는 다음 날 긴급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해군의 심장부인 해군본부에서 터진 이번 사건은 충격적이다. 대령 계급장을 단 군 인사가 성폭행 사건에 연루된 사실도 드물거니와 피해 장교의 자살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엄중 처벌이 불가피해 보인다.

육군·공군과 함께 계룡대에 있는 해군본부는 해군의 군정(軍政) 최상층부다. 그런 해군본부 소속 남성 대령이 어느 날 회식 자리가 파한 후 여 대위를 성폭행한 혐의로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는 사건이 터졌다. 대령 한명이 탈선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며, 게다가 애꿎은 피해 여성장교는 목숨까지 버리는 비극을 불렀다면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있을 리 없을 것이다. 대령을 상관으로 둔 여 대위 입장은 군 위계질서와 명령체계상 절대 약자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것은 근무시간의 공적 업무와 관련됐을 때에 국한될 일이지 사적인 영역에서 이성으로 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회식 이후의 사고였다고 해도 다르지 않다. 오히려 언행에 각별히 조심하고 참석한 여성 장교의 안전귀가를 살폈어야 마땅했다. 그렇게하기는커녕 남성 대령은 숨진 여 대위를 향해 딴마음을 먹어 상식 밖의 사고를 치고 말았다. 스스로 성적 접촉 사실을 시인했다면 상대의 항거불능 또는 심신미약 상태를 악용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런 경우 형법상 준(準)강간죄로 의율하게 될 듯한데, 군 간부라는 특수신분과 피해 장교와의 수직관계를 따진다면 법리적 시각으로만 접근하기가 까다로운 측면이 있다 하겠다.

군 사법당국은 피해장교의 비극적 결말을 직시해 이 사건 사실관계를 엄정하게 파헤쳐야 한다. 더불어 군 장교사회의 성(性)군기에 대한 정밀한 실태 진단 및 근절방안을 확실하게 수립할 필요가 있다. 군 고급 장교집단의 관료화 타성도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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