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떠돌이 수컷 사자들이 그 산림에서 살고 있던 동족무리를 습격하여 그 두목을 죽인 짓은 어쩔 수 없는 짓이라고 하더라도 그 무리의 암컷들이 사육하고 있던 여섯 마리의 새끼들을 모두 죽인 짓은 아무리 야수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도 너무나 참혹한 짓이었다.

또한 그놈들이 그곳에서 2㎞쯤 떨어져 있는 아카시아 숲속에 텃밭을 갖고 있는 다른 사자무리들과 공연한 영토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도 어찌할 수 없는 짓이라고 해도 그놈들이 인간의 텃밭인 마을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방사를 하고 있는 소들을 위협하거나 밤중에 마을에 들어와서 당나귀 염소 토끼 닭 등 가축을 마구 잡아먹는 짓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었다. 감히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다니….

무리를 지어 살게 된 놈들은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온갖 횡포를 부리고 있었다.

놈들은 그곳에 나타난 반트럭을 보고도 도망가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으르렁거리면서 적의를 보이고 있었다.

"이 새끼들이…."

그래서 트럭이 그리로 밀고 들어갔으나 놈들은 트럭이 20m 앞까지 접근해도 도망가지 않았다.

트럭이 10m 앞까지 갔다. 트럭이 전초등을 켜고 경적을 울렸다. 그냥 두지 않겠다는 위협이었다. 주위가 요란해지고 불빛이 번쩍이자 놈들은 옆으로 피했다. 그러나 도망간 것이 아니라 옆으로 피해 전투태세를 갖추겠다는 행동이었다. 어떤 놈은 금방이라도 덤벼들 듯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이 새끼들이…."

바라데이가 분노했다. 그는 발포했다. 죽일 생각은 없고 위협으로 놈들의 가까이를 보고 발사했으나 산탄총은 착탁 거리가 넓기 때문에 일부 탄환이 어떤 놈의 대가리에 너불거리고 있던 귀를 스쳐간 것 같았으며 그놈이 기겁을 하고 펄쩍 뛰어올랐다. 귀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피가 뿌려지고 피 냄새가 퍼져나가자 상황이 달라졌다. 바라데이는 사자들과 집단싸움을 벌이려는 의도가 없었고 단지 그들을 위협하여 버릇을 고칠 정도의 행동에 그칠 생각이었으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 피 냄새는 사자들의 투쟁본능을 자극했고 처참한 집단싸움을 일으키게 했다.

귀에 탄환을 맞고 피를 흘리면서 길길이 뛰어오른 사자는 공중에서 공격의 목표를 정했다. 총탄이 발사된 트럭이었고 거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사자가 뛰어내린 곳에서 트럭까지는 불과 8m 두 번만 더 도약하면 바로 트럭 위까지 사람들을 덮칠 수 있는 거리였다. 그놈뿐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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