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촛불

이 시대 촛불의 의미는 무엇인가? 물리적 공간에서 어둠을 밝히는 존재인가, 남녀 간 사랑의 밀어를 나누는 목가적·환상적 도구인가, 아니면 암울한 현실을 자각하고 부정을 태우려는 순수인가? 여기, 이 시대의 암울한 현실을 자각하고 거룩하게 타올랐던 촛불을 기리며 우울의 시대를 밟고 온 한 시인의 발자취가 있다. 그는 그 촛불을 그의 양심이라고 했다.

현직 공무원이 시조집을 발간해 화제가 되고 있다. 저자인 박봉주 시인은 대전의 충남기계공업고등학교 행정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시인, 유머리스트, 칼럼리스트, 행정서비스 강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1995년 현대시조와 1998년 충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현재 가람 이병기 선생의 시조혁신운동을 기리고자 창간한 39년 역사를 가진 시조 전문지 `가람문학회` 회장이기도 하다.

여섯 번째 작품인 이 책 출간을 위해 저자는 대전문화재단과 대전시에서 사업비를 지원받았다.

그는 이번 시집에서 우리 민족 고유의 정형시 시조(時調)로 담아냈다. 이 책은 시인의 고뇌가 뜨거운 촛농만큼 녹아 흘러내리고 있다. 그는 밝은 촛불과 뜨거운 촛농을 바라보면서 암울한 현실에 `광화문 촛불`이 아닌 `지상의 촛불`로 시대의 우울을 극복하고자 했다. 저자는 우리 민족이 즐겨 부르던 가장 한국적인 문학 장르이며 정형시인 시조로서 국정농단에 의한 대통령 탄핵이라는 시대 상황을 `광화문 촛불`로 노래했다.

이 시조집은 총 5부로 나눠져 있다. 제1부는 지난 정부의 국정농단에 따른 촛불시위를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일기 쓰듯이 촛불 시작에서부터 대통령 탄핵시기까지 시대 상황을 연작으로 담았다. 제2부는 박 시인의 고향인 설악산 중심의 고향 사랑, 제3부는 현재 박 시인이 40년간 살며 직장생활하고 있는 제2의 고향인 대전 사랑을 노래했고, 제4부는 문학기행과 주변의 서정을 담고 있다. 마지막 제5부에서는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와 팽목항, 전남 장흥 등을 다니며 보고 느낀 감회를 담았다.

저자는 비록 광화문 촛불 현장에는 직접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언론 등을 통해 간접 체험하면서 `꽃등`으로 촛불시위의 작은 촛불의 꿈을 이야기 하고 있다. 국정농단으로 국격(國格) 이 무너지고 나라의 체통이 떨어졌지만, 비폭력 평화적인 시위문화로 세계가 놀라고 국격이 다시 올라간 상황을 시대 흐름을 기초로 해 표현했다. 이호창 기자

박봉주 지음/ 오늘의문학사/ 114쪽/ 1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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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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