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방사성폐기물 공포' 언제까지 - ③ 비상대피로 구축

영화 `판도라`는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실감나게 다뤘다. 많은 원자력 연구자들이 현실에서의 발생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하지만,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발생한 일을 생생하게 접한 만큼 영화가 개봉된 후 국민들의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컸다.

그 중에서도 사고가 난 뒤 사람들이 피난길에 나서 도로가 마비되는 모습은 공포를 불러왔다. 방사능이 퍼지자 사람들은 자동차를 타고 도로로 나왔고, 순식간에 모든 구간이 정체됐다. 방사능이 계속 퍼지자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차에서 내려 방사능이 퍼지는 반대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현실에서 발생 가능성은 적다고 하지만 안보 정책이 항상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하는 것처럼 각종 재난 상황관련 정책도 시민의 안전을 위해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대전에서 원자력 사고가 발생했을 때 주민이 모두 대피하는데 무려 30시간 이상 걸린다는 것이다.

대피가 느려지는 이유는 영화와 비슷한 교통체증과 많은 인구였다. 원자력 시설 위급 상황을 대비해 대전 지역의 `비상대피로` 설치가 시급한 이유다.

24일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의 `원자력 시설 사고 시 주민 대피 예비 평가`에 따르면 방사능 누출 발생 30분 후 통보를 가정해, 대전시민 153만 명이 대전을 벗어나는 데 32시간이 걸렸다. 원자력연구원이 위치한 대전 유성구 관평·구즉·신성동 주민 20여 만명이 대피하는데도 5.5시간이 필요했다.

대전은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부산, 경북 울진, 전남 영광 등보다 연결되는 도로 수가 1만 4533개로 압도적으로 많았지만 문제는 그 지역보다 많은 인구와 차량 대수였다.

평가서에는 지난 2015년 기준으로 대전 시내에 59만여 대가 쏟아져 나올 경우를 가정했다. 하지만 올해 대전시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64만대를 초과했고 매년 1만 3000대 이상이 늘어나는 상황으로, 평가 당시 기준보다 상황이 악화됐다. 도로 여건이 낙후된 대전 동구의 경우 대피 시간이 더 길었다.

한 소장은 대피시간을 단축시기 위해서 조기경보 시스템의 필요성과 훈련학습의 필요성 등과 함께 대피경로 확보를 가장 우선으로 꼽았다. 특히 편서풍을 고려할 때 방사능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동남 방향에 우회 대피로 신설 필요성을 제안했다.

대전이 다른 도시들보다 시내 교통체증이 심한 주된 이유는 순환도로가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다. 기존 간선도로 순환망은 부분적인 단절로 순환도로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이미 형성된 순환도로 또한 평면교차에 따른 신호 대기 등으로 순환도로 기능을 잃고 있다.

이에 대전시는 6000억 원 규모로 원자력시설 주변 순환도로 건설을 추진키로 했다. 복합재난 등 각종 위급 상황 발생 시 신속한 주민 대피를 위해서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대전 도심 외곽을 순환하는 노선 중 단절된 부분을 개설하기로 공약을 한 바 있다. 이 두 계획은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 현재 시 내부적으로 조율중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 대선공약에 반영된 순환도로망과 원자력시설 위급 상황 대비 비상대피로 등을 종합해 도로가 필요한 곳을 조정 중"이라며 "시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사업 추진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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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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