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U-20 월드컵 경기가 한창이다. 22명이 뛰는 축구에서 각본 없는 드라마가 연출되고 있다. 각본 없는 드라마는 대부분 라이벌 간에 이뤄진다. 한국 축구 라이벌 하면 일본을 떠올린다. 한일전 축구경기는 나이·계층을 떠나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다. 한일전은 역사에서 비롯됐다. 일제 침탈로 인해 나라로 인정받지 못한 우리 선조들의 울분과 우리의 꽃다운 소녀들이 겪어야 했던 아픔이 투영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축구의 라이벌 하면 일본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해외 축구리그 라이벌은 스페인 라리가의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가 손꼽힌다. 오랜 역사를 가진 팀들 가운데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는 전쟁보다 치열한 라이벌전을 치른다. 두 팀의 경기는 엘 클라시코(El Clasico)로 불리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다. 양팀의 라이벌 관계 역시 역사적인 배경에서 비롯됐다. 1930년대 스페인 내전에서 마드리드를 기반으로 한 세력이 승리했다. 이후 반대되는 타 지역 주민들에 대한 탄압이 이뤄졌고 지역감정으로 이어졌다. 또 1943년에는 양팀 간 경기에 정치세력이 개입하기도 했다. 경기 직전 스페인 정부의 고위 간부가 바르셀로나 선수들에게 위협을 가하면서 제대로 경기를 치르지 못했고 결국 11-1이라는 지금은 믿기 힘든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측 구단주가 퇴임하고 레알마드리드 구단은 정식으로 사과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이후에도 양팀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영입하기 위한 경쟁에 열을 올리며 라이벌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축구에서의 라이벌 관계는 이를 보는 관중들에게는 흥미롭고 축구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기에 충분하다. 관중들의 관심이 없으면 성장할 수 없는 스포츠 세계에서 라이벌 관계는 필수적인 요건이다.

최근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다양한 분야에서 개혁적 행보를 보이며 국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역대 정부에서 꾸준히 추진해왔던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그동안 두 기관은 서로 견제를 해오며 라이벌 관계를 형성했고, 물과 기름처럼 결합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정부의 수사권 조정 방향이 어디인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개혁이 국민을 위한 개혁이라면 수긍해야 할 것이다. 두 기관이 국민을 위한 진정한 라이벌이 되길 소망한다.

인상준 취재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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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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