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극연구소 휴 연극 '그녀들의 집'

그녀들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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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중심의 가부장제 관습이 뿌리깊게 자리 잡은 사회 속에서 가정 안에서조차 하나의 인격체로 자유롭게 자라지 못한 세 여성의 비극을 그린 연극 `그녀들의 집`이 대전 관객과 만난다.

국제연극연구소 휴는 연극 그녀들의 집을 24일부터 6월 4일까지 대전 중구 대흥동 소극장 상상아트홀 무대에 올린다.

재개발이 한창인 어느 도시의 외곽 호숫가 마을. 몸이 굳어 죽어가는 아버지와 둘째 딸이 살고 있다.

아버지가 위독하자 아버지를 돌보던 둘째 딸은 언니와 막내를 집으로 불러 아버지의 마지막을 함께 맞으려 한다. 각자 성장해 집을 떠난 후 왕래가 없었던 자매들을 모으기 위해 아버지의 임종을 거짓으로 알리며 장례식 참석을 요청한다.

장례식인 줄 알고 모여든 딸들은 의사소통은 안 되지만 아직은 살아 있는 아버지를 오랜만에 마주하게 되고, 가족이 항상 모여 앉던 식탁에 앉아서 서로의 생각들을 얘기하기 시작한다.

한 자리에 모인 세 자매는 과거에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상처를 꺼내놓고 서로 분노한다.

무한한 기대감에 짓눌려 무너져내린 첫째, 조건 없는 복종과 헌신 속에 박제된 둘째, 아버지의 성(性)스러운 존재 막내. 가족이란 이름의 메말라 버린 혈관 속으로 죽음의 그림자가 스며든다.

아들을 갖지 못한 세 자매의 아버지는 남성중심 사회에서 여성이 성공할 수 있는 무기를 강요한다. 첫째 딸에게는 남성이 여성에게 허하는 분야인 음악에서의 능력을, 둘째 딸에겐 가정과 남성을 보살피고 순종하며 희생하는 모성이라는 관습적 여성을 역할을, 셋째 딸에게는 남성을 사로잡을 수 있는 미모와 성적매력을 갖추도록 강요한다. 하지만 세 자매는 모두 실패한다. 아버지에 대한 분노로 아버지를 독살하려는 딸, 자신의 행동에 대해 죄의식을 갖게 되는 딸, 아버지를 치료해 주던 젊은 의사의 사랑을 차지하려는 세 딸들, 그로 인한 질투심이 폭발해 살인, 이어지는 자살…. 자아정체성을 찾지 못한 잘못된 성장기로 인한 파멸과 상처를 드러낸다.

과거 잘못된 성장기로 인해 비틀어진 현재의 삶을 어떻게든 새로 보상받고자 하지만 결국은 그 곳으로 돌아와 새로운 갈등을 생산하고, 이를 둘러싼 자매 간의 치열한 싸움은 결국 파국을 맞는다.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겪었던 부모자식 간, 그리고 자매들 간의 일그러진 사랑과 상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다. 독립된 인격체로서 자아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부표처럼 떠도는 상처 입은 인간들의 현주소를 그려낸다.

작품은 독특한 무대 연출로 관객의 몰입을 유도한다. 주 무대가 아닌 백그라운드에서 일어나는 등장인물들의 행동도 무대에 끌어들여 숨겨진 인물들이 각기 자기만의 방에서 홀로 또는 주 무대와 연동해 일으키는 행위들을 묘사한다.

국제연극연구소 휴 관계자는 "독특한 관객석 배치로 백그라운드의 다른 장면이 보일 수도 있고 또는 안보여서 궁금함과 신비스럽고 괴기한 느낌을 더욱 증폭 시켜 관객으로 하여금 더욱 연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구현했다"며 "한국극작가협회 이사장을 지낸 김수미 작가의 작품을 홍주영 연출가가 메가폰을 잡아 새로운 시선으로 그려내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 선명히했다"고 말했다. 관람료 2만 5000원. 문의 국제연극연구소 휴 ☎ 010(4404)7030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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