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킴 '논-논다놀아' 개인전

무제. 혼합재료. 마네킹에 시멘트 덧바름.
무제. 혼합재료. 마네킹에 시멘트 덧바름.
사업가 김창일(66) 아라리오 회장이 `씨 킴`(Ci Kim)이라는 예명으로 아홉번째 개인전을 연다.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은 씨 킴의 개인전 `논-논다놀아` 전을 23일부터 10월 15일까지 연다. 지난해 인터넷 미술매체 아트넷(Artnet)이 선정한 세계 100대 컬렉터에 오른 유일한 한국인인 그는 2년에 한 번꼴로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주로 건축 재료를 활용한 대형 회화와 설치, 조각, 영상, 사진 등 총 70여 점의 작품들을 갤러리 전시관 전관에서 선보인다.

전시 제목으로 쓰인 `어리석을 논`은 다소 낯선 글자다. 이 한자는 두 개의 나무 목(木)자 사이에 말 언(言)자가 위치한다.

아라리오 갤러리는 예술적 언어와 행위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에 비하면 한없이 어리석을 수밖에 없다는 작가의 진솔한 고백을 담기 위해 이 글자를 전시 제목으로 선정했다.

그러면서 이번 전시에 다수 제시하는 놀이적 성격의 작품들을 옛 선인들의 깊은 통찰과 깨달음에 비유코자 `어리석을 논`을 선택했다고 한다.

작가 씨 킴은 이번 전시에서 이름 없는 들꽃을 사랑하며 즐겁게 노는 자신의 삶을 예술에 투영해 `노는 예술인`으로서의 면모를 제시한다.

이번 `논 - 논다놀아` 전에 등장한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독특한 재료 사용.

시멘트, 흙, 나무, 철, 알루미늄 등의 건축 재료는 작가의 삶과 가장 밀접한 물질(material)이다. 씨 킴은 그동안 서울과 천안, 제주도 등에 갤러리와 미술관을 지었고 천안고속터미널 앞 광장에는 조각 및 설치 작품을 둔 `아라리오 스몰시티`를 만들었다. 또 외식 공간 등 수십 개의 건축물을 짓거나 재정비해 왔다.

사업가적 기질과 미술 작가로서의 그의 재능의 교집합은 그가 작품에 사용하는 오브제, 물질로 투영된다. 작품으로 승화된 건축 재료들은 예술로 새로운 꿈을 꾸게 된 작가 씨 킴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씨 킴은 지난 20여 년 동안 철가루가 녹이 슬어서 내는 다양한 색과 질감의 스펙트럼, 토마토가 썩어 문드러지는 과정, 바닷가에서 수집한 못쓰는 냉장고나 철판 등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한 실험적 작업을 전개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도 버려진 마네킹에 마스크와 가발을 씌우고 시멘트를 바른 군상 조각, 바닥에 비닐과 합판, 철판을 겹쳐 깔고 햇볕에 말리고 비에 적시기를 반복한 흔적들, 그리고 벽돌을 올려놓은 자국이 선명한 낡은 합판들이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 또 제주의 자연을 담은 듯한 다채로운 빛깔의 시멘트 페인팅과 겉면 일부를 뜯어내 속살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캔버스들도 곁들여져 채도를 높인다.

전시장 위층 공간은 씨 킴의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8m 길이의 좌대에는 그동안 사용하던 물감통, 마른 붓, 국자, 시멘트를 섞던 큰 대야, 뜯어낸 테이프 등 작업의 재료들과 장화, 저울, 쇼핑백, 지인에게 받은 우편봉투와 같은 작가의 개인적인 오브제가 전시된다. 이들 작품 너머로는 작가가 제주, 천안, 서울을 다니며 촬영한 비 오는 풍경 사진 작품들이 전시장 한 쪽을 차지하고 있다.

씨 킴은 "예술로부터 받는 감동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다른 예술가들의 작품을 수집해 전시해왔는데 어느덧 나의 예술적 이상은 아름다움에 대한 정복에서 함께 어울리고 놀며 즐기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예술과 놀이에는 위계도, 갈등도, 성공에 대한 압박도 없다. 이번 전시에 방문한 관람객들이 놀이하듯 작업한 작품과 함께 어울려 놀다 갈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는 30일 관람객들과 함께 하는 아티스트 토크가 마련돼, 관람객과 함께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서울 출생인 씨 킴은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을 포함한 다수의 갤러리에서 이번 전시를 포함 모두 9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현재 천안과 제주를 오가며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강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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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씨킴이 사용한 시멘트 페인팅을 작품으로 승화한 것.
무제. 씨킴이 사용한 시멘트 페인팅을 작품으로 승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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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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