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파 병원을 찾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은 의사를 찾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의사의 기준에는 높은 실력과 경험은 기본이고, 환자의 증상이나 치료 방법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개인적인 성향도 포함될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부분으로 여겨져 왔던 `설명`을 강제하는 규정이 신설되면서, 의료계의 반발이 심해지고 있다.

내달 21일부터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는 수술 및 수혈 등을 받는 환자에게 발생하거나 발생 가능한 증상의 진단명, 수술 등 필요성이나 방법 및 내용, 수술 등 전후 환자가 준수해야 할 사항 등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일부 개정된 의료법에는 진료 행위에 대한 설명 의무 등을 규정하는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법 조항만 놓고 보면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질환 및 수술에 대한 의사의 설명은 당연히 필요하니까. 하지만 규정 신설 전에도 필요한 부분에 대한 설명은 이뤄져 왔다는 점에서 의료계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은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의사들은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이라는 기준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설명을 필요로 하는 수술의 범위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벌써부터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같은 기준이라고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역 내 한 의사는 "수 많은 의료적 수술 중 어떤 것이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발생하게 하는 수술인지 알 방법이 없다"며 "정확한 기준도 없이 `제대로 하지 않으면 처벌하겠다`고 으름장만 놓는 꼴"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설명의무법 시행 이후 의원급 의료기관의 몰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단순 수술 같은 경우 부작용 등에 대한 과도한 설명이 오히려 환자에게 부담으로 작용, 의원급 보다는 상급 의료기관을 찾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에서다. 실제로 그런 결과가 나타난다며 현 정부에서 공약으로 내세운 `일차의료기관 활성화`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설명의무법 시행은 한달도 채 남지 않았다. 결국 적응해야 하는 것은 의료계의 몫이다. "의료계 스스로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는 노력을 해왔다면 지금 상황을 맞지 않았을 것"이라는 한 의사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취재 2부 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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