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초 문재인 정부의 인사에 호평이 많다. 고소영 내각, 묻지마 인선이란 성토가 들끓었던 전 정부들과 다른 풍경이다. 친소관계나 비선에 좌우되지 않고 능력과 도덕성을 지닌 각 분야 폭 넓은 인재 등용은 정부, 나아가 대한민국의 성공을 위해 반가운 일이다.

좋은 인재를 발탁하는 능력은 인사권자의 필수 덕목이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인사권자는 `간신`을 멀리하고, 배제하는 능력도 갖춰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 간신(奸臣)의 사전상 정의는 `간사한 신하`이다. 간사란 무엇인가? 사람이나 그 성질, 언행이 바르지 못하고 교활한 것을 뜻한다. 역사의 실패나 후퇴에는 어김없이 간신의 이름이 나온다. 세 치 혀로 나라를 주무른 역사 속 간신으로 조고가 있다. 사슴을 말이라 칭하는 고사성어 지록위마로 유명한 조고는 중국 진나라의 간신이다. 윗사람을 농락해 권세를 제 마음대로 휘두른 조고는 진시황의 유언을 조작, 호해를 황제에 앉히고 승상 이사를 협박해 대권을 장악한 뒤 자기 뜻에 맞지 않는 사람은 무더기로 숙청하며 진의 멸망을 불러왔다.

조고에 비견가는 조선의 간신으로 한명회가 꼽힌다. 한명회는 원래 궁지기로 알려졌다. 수양대군의 측근을 통해 권력에 줄을 대 계유정난 때 세조의 왕위 등극에 한 몫 하며 승승장구 했다. 성종실록은 한명회에 대해 "성격이 번잡한 것을 좋아하고 과장하기를 좋아했으며, 재물을 탐하고 여색을 즐겨서 토지와 노비, 보물 등의 뇌물이 잇달았다"고 썼다.

간신은 외모로 식별되지 않는다. 외모로 드러난다면 하수의 간신이다. 고수의 간신은 겉모습이 오히려 더 멀쩡하다. 몇 가지 공통점은 있다. 똑똑은 기본, 공익을 앞세워 사익을 추구하고 혼자 보단 무리와 파당 짓기를 좋아한다. 거짓말, 모함, 아첨, 협박은 간신의 생존기술이다.

왕조시대에는 왕이 간신을 가려 볼 줄 아는 눈을 지녀야 했다. 민주주의는 국민이 인사권자이다. 국민에게 간신을 구별할 수 있는 눈이 없으면 민주주의가 간신천하로 타락하는 것은 순간이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 더 국민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한 까닭이다. 대통령은 임기제이지만 국민은 임기가 없다. 윤평호 천안아산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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