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 LH 대전충남지역본부장
김양수 LH 대전충남지역본부장
통계청의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세 및 월세 임차가구의 소비지출 중 주거비 비중이 2014년 기준 34.5%로 전체 지출의 3분의 1을 차지한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임차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월세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월세 가구 비율은 22.9%로 1975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전세 가구(15.5%)를 추월했다. 저금리의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임대인의 심리와 과중한 전세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어쩔 수 없이 월세로 옮겨가는 임차인의 사정이 반영된 결과다.

이러한 상황은 소득을 통해 주거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청년과 노년층 그리고 저소득층에게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렇게 크게 증가하는 주거비용 부담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해답은 `집`에 대한 새로운 생각에서 출발해야 한다. 유럽의 선진 복지국가들은 자가 주택 보유율이 60%를 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독일은 50%를 넘지 않으며, 스웨덴은 40%대 초반에 그친다. 반면 우리나라는 자가 보유율 56%를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자가 주택을 가져야 한다는 사회적 강박관념이 지배적이다.

집은 투기를 통한 불로소득의 원천이 아니라 인간적인 삶을 위해 필요한 안전, 휴식, 가족 활동의 공간일 뿐이다. 이것이 우리에게 집이 필요한 이유다. 특히 오늘날처럼 1-2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고 직장 등의 이유로 거주지를 자주 옮겨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상황에서는 자가 주택 소유가 반드시 합리적 선택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주거 불안의 증폭 속에서 임대주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임대주택은 직장 이동과 같은 사회적 이동에 적응하기가 용이할 뿐만 아니라 단기적으로 보면 자가 주택보다 주거비 지출을 저렴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유럽 선진 복지국가들에 비해 공공임대주택의 비중이 매우 낮은 특징을 보인다. 따라서 향후 주택정책은 공공임대주택 확충에 보다 초점을 맞춰 진행돼야 할 것이다.

유럽의 선진국들을 보면 전체 재고주택에서 사회주택(social housing)으로 불리는 공공임대주택이 통상 20-30%를 차지한다. 이를 통해 저소득 주거약자들에게 주택을 제공하고, 시장에 주택수요가 과도하게 몰릴 경우 공공부분이 이를 흡수해 안정화하는 조절기능도 하고 있다. 증가하는 임대수요의 근원적 해결과 주택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는 현재 5% 정도에 불과한 공공임대주택 재고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의 공급확대를 위해 그린벨트, 국공유지 등 공공택지에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 주거복지형 주택개발사업을 다양하게 추진하고, 건설임대 외에 다세대나 다가구 등 기존 주택을 활용한 매입임대 주택도 획기적으로 늘려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장기적 토지비축으로 저렴한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사회복지를 실현한 스웨덴의 경우처럼 저렴한 택지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공공주도의 토지비축도 강화돼야 한다.

아울러 장기임대주택사업의 수익성 보전과 함께 저렴한 주거비 유지를 위한 조세와 금융지원 등 공급기반 조성을 위한 제도적 정비도 필요하다. 공공임대주택이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의 과도한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는 사회안전망(safety net)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양수 LH 대전충남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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