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봄가뭄으로 농민들의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올초부터 강수량과 저수율이 낮아 가뭄 피해가 우려된 충남 서부·경기 남부 등 중부지역의 물부족이 현실로 나타나 벌써 끝났어야 할 모내기를 준비작업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지 쌀값 하락으로 영농의욕이 떨어져있던 농민들은 설상가상으로 거북이등처럼 갈라진 메마른 논바닥을 바라보며 울상을 짓고 있다.

또한 지난 13일 경북 북부지역과 충남 일부지역에서는 때아닌 우박 폭격이 내려 사과, 자두, 마늘, 고추 등의 작목을 재배하는 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10분 안팎의 우박이었지만 작물 피해가 심해 수확기 생산량 감소 및 품질·상품성 저하로 이어질 공산이 커 피해농가에서는 생산비나 건질 수 있을지 한숨섞인 걱정이 앞선다.

예로부터 `농사는 하늘이 내리는 것`이라 하였지만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전세계적인 이상기후가 나타나는 등 날씨 변동폭이 커져 점차 기상예측이 힘들어지고 있다. 최근의 봄가뭄과 우박과 같은 예측불가한 기상에 따른 농업재해에 대비해 정부차원에서도 각종 제도와 지원정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정작 피해당사자인 농업인들은 이러한 농업재해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2013년 농업경제연구원에서 조사한 `기후변화와 농업재해 인식조사`에 의하면 10명 중 9명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인식하고 있으며 기후변화가 농사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체감한다고 했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29.3%가 `농작물 재해보험`을 꼽았고, `작목 전환`이 23.2%로 뒤를 이었으며 `농사를 그만둘 계획`도 1.8%나 되었다. 반면 별다른 대책이 없어 하늘만 바라보고 농사를 짓는다는 반응이 42.8%에 달해 최소한의 대책을 세워 농가 경영안정 도모가 필요한 실정이다.

최근 농업인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져 재해대책으로 농작물 재해보험에 많은 호응을 보이고 있으나, 올해 가입률은 아직까지 저조한 편이다. 이에 대해 농협손해보험 관계자는 "최근 2-3년 사이 태풍 등의 발생빈도가 높지 않아 재해에 대한 경각심이 떨어진 것 같다"며 "이럴 때일수록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해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농작물 재해보험은 전국 농·축협에서 판매하며, 보험료는 정부 50%, 지자체 30%, 자부담 20% 수준이다. 작물별로 가입기간이 다르며, 현재 벼 농작물재해보험이 4월 24일부터 6월 9일까지 판매 중이다. 벼의 제현율(벼을 찧어 현미가 되는 비율)이 65% 미만으로 정상출하가 불가능해 산지폐기 등의 방법으로 벼를 판매하지 못했다는 것을 확인시키면 보험금을 탈 수 있다.

이번 봄가뭄뿐 아니라 과거 1987년 `셀마`, 2002년 `루사`, 2012년 `볼라벤` 등의 태풍, 그리고 예고없는 가뭄, 홍수, 우박 등으로 농업피해를 크게 입은 바 있다. 운전자에게 자동차 보험이 필수인 것처럼, 하늘을 보며 울고 웃는 농업인에게 농작물 재해보험은 예측불가한 기상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선택옵션이 아닌 필수요건이라 할 수 있겠다. 못자리, 모종 준비 등과 같은 한해 농사를 시작할 때의 필수 준비사항들처럼, 사전에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 등 스스로 기상이변에 대비하는 과정 또한 하나의 필수준비사항으로서 더욱 확산되고 정착되길 바란다.

- 임관규 농협경주환경농업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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