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7월 3일 전당대회를 열고 새 지도부를 출범시킨다고 한다. 여전히 한국당은 포스트 `대선 후유증`을 앓는 중이다. 정우택 원내대표 체제로 근근이 버티고 있는 형국이나 사실상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그래서 전대를 열어 당 지도부 체제를 정비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을 법하다. 이런 예상대로 7월 전대 일정이 확정됨에 따라 당 안팎에서는 차기 당권 향배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당권을 의식한 행보를 보여온 정 원내대표가 어제 전대 불출마를 공개적으로 밝혔다고 한다. 이를 신호탄으로 현재 미국에 체류중인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당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 전 지사 말고도 당내 중진 여러 명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황교안·김황식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김병준 교수, 김태호 전 최고위원 등을 차기 당권 주자군으로 상정하는 기류도 엿보인다.

한국당 내부 돌아가는 사정을 보면 한마디로 딱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수준으로 전대를 치른다고 가정할 때 그게 국민들과 지지층에게 무슨 감동을 주고 후일을 도모할 동력을 얻겠는지 계산이 잘 서지 않는다. 대선 이후 한국당의 최우선적인 과제는 시작도 혁신 끝도 혁신이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렇게 해도 국민들이 주목할까말까 한 마당에 전대모드로 전환하면 그 후에는 만사형통의 비방이라도 생긴다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어제 발표된 한 여론조사 결과, 한국당 지지율이 12%대에 턱걸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한 야당으로 단단히 채비하면서 아울러 9년 여당 노릇했던 최소한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혁신의 몸부림을 쳐야 할 시기에 오로지 당권싸움에 몰두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정도 지지율도 과분한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상황에서 정 원내대표가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당권 도전을 접기로 한 것과는 별개로 잘 낫든 못 낫든 당 지도부의 중심임을 자각하고, 한국당이 당장은 죽더라도 언젠가는 되살아날 길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된다. 까딱하면 향후 주요 선거에서 힘을 영 못 쓰는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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