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먹거리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도 많이 달라져 싸고 많이 먹을 수 있는 음식보다, 맛있고 몸에 좋은 음식을 선호하게 되었다. 더불어 먹거리의 재료가 되는 농산물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는데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이 좋은 먹거리의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여 공급하는 것이 농가나 유통업체에 있어서 소득을 올리는 주요한 방법이 되었다. 그런데 좋은 농산물은 좋은 종자를 심는다고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종자가 좋아야 하지만 이를 재배하는 방식도 중요하다. 농부의 손길이 많이 가는 친환경 농법이 등장한 이유이다. 친환경 농법은 일반 농법보다 많은 노동을 필요로 하지만 생산은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이 있어서 양을 중요시 하던 시대에는 천시했던 농사법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의 웰빙 분위기와 맞물리면서 건강에 좋은 무공해 농산물을 생산하는 친환경 농법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건강에 좋은 농산물일지라도 소비자들의 소비행동 패턴에 맞지 않는다면 외면하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비자들의 기준에 맞추어 농산물을 분류하여 되도록 손쉽게 자신이 원하는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게 해야 하며 신선도도 오래 동안 유지되도록 관리해야 한다. 말하자면 농산물이 생산부터 시작하여 소비자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즉 농가, 유통과정, 소매상에 이르는 내내 지속적으로 일정한 품질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농산물품질관리사는 이러한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직업인으로 국가에서 시행하는 1, 2차 자격시험에 합격하여 농산물의 등급 판정, 농산물의 생산 및 수확 후 품질관리기술 지도, 농산물의 출하 시기 조절, 농산물의 선별·저장 및 포장 시설 등의 운용·관리, 농산물의 선별·포장 및 브랜드 개발 등 상품성 향상 지도, 포장농산물의 표시사항 준수에 관한 지도, 농산물의 규격출하 지도 등과 같은 업무를 수행한다. 주로 생산자 조직, 농업법인, 산지유통센터, 대형유통업체, 대형마트나 농협과 같은 기관에 소속되어 이런 일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농가 소득과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2002년부터 도입되어 올해 14회 째 자격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2016년 1차 시험에는 2019명이 응시하여 693명이 합격해 34.3%의 합격률을 보였으며 2차 시험에는 714명이 응시하여 183명이 최종적으로 합격하였다. 1차 시험은 객관식 4지선다형, 2차 시험은 주관식 단답서술형으로 실시되는데 누구나 응시할 수 있으며 특별한 자격조건은 없다. 시험과목은 농수산물 품질관리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령, 원예작물학, 농산물 유통론, 수확 후의 품질관리론, 농산물 품질관리실무, 농산물 등급 판정실무 등이다.

그런데 항간에 농산물품질관리사가 친환경농산물 판정도 하고 농산품 품질검사도 하며 유기가공식품에 관한 조사·인증이나 원산지 표시관리 등의 업무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농산물검사관`과 혼동한 것으로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 농산물품질관리사는 농산물의 품질을 선별하여 유통업체나 소비자들이 이용하기 편리하도록 하고, 유통 과정에서 시기 조절 및 품질 손상을 방지하여 상품의 가치를 최대한 유지하게 하는 일을 한다. 이에 비하여 농산물검사관은 농산물 자체의 품질에 대한 검사, 즉 국산이냐 수입산이냐, 친환경농산물이냐 일반 농산물이냐, 유해농산물이냐 안전농산물이냐 등을 검사하고 우수식품이나 유기가공식품 인증과 관련된 일을 한다. 그리고 농산물검사관은 농업직 공무원 중에서 내부 자격시험을 통해 선발하며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등에서 주로 일을 하지만 농산물품질관리사는 민간기관에서 일을 한다. 다만 농업직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때 가산점을 받을 수 있으며 농산물품질관리사를 채용하는 기관이나 단체는 정부로부터 재정지원 등을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다.

보수는 취업하는 단체에 따라 다르지만 초임의 경우 대개 180만-22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 윤세환 청소년 라이프 디자인센터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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